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인물인 최순실이 16일 오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대심판정에 들어서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의 증인으로 출석한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부인하는 등 모르쇠로 일관했다.
16일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된 5차 변론에 출석한 최씨는 자신이 대한민국 권력서열 1위라는 주장을 포함한 탄핵 정국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이날 최씨가 인정한 내용은 ▲청와대에 출입한 적 있다는 사실 ▲정호성을 통해 대통령 연설문을 읽었다는 점 ▲차은택 씨의 이력서를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전달한 일 등이다.
반면, 최씨는 각종 이권개입에 대한 의혹을 부인하고 박 대통령 관련 증언은 "사생활"이라며 입을 닫았다.
◆'권력서열 1위' 질문에 "동의 못해"
최씨는 이날 변론에서 "권력서열 1위가 증인, 2위가 정윤회, 3위가 대통령이란 말까지 나왔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란 질문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씨가 권력서열 1위라는 말은 2014년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에 연루된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한 말이다.
박 대통령과 최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사생활"을 이유로 자세히 말하지 않거나 기존 증언과 다르게 말했다.
최씨는 최씨는 "박 대통령으로부터 의상비를 받은 기억이 있느냐"는 질문에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의상비를 받은 방법과 횟수 등은 사생활을 이유로 말하지 않았다.
앞서 최씨의 최측근 고영태 씨는 최씨가 박 대통령의 옷값을 대신 내줬다고 주장했다. 최씨의 이날 발언은 고씨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고씨의 주장이 맞을 경우, 이는 박 대통령에 대한 최씨의 뇌물로 해석될 수 있다.
◆청와대 출입은 인정 "사생활이라 말 못해"
최씨는 청와대에 출입한 적이 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최씨는 "대통령의 개인적 일을 도와드리기 위해 들어갔다"면서도 그 내용에 대해서는 "사생활이라 말씀드리기가 좀…"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청와대에 들어갈 때마다 대통령을 만났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했다.
최씨는 정부 인사 개입과 현대자동차그룹 납품업체 선정 개입 의혹 등도 부인했다.
그는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으로부터 대통령 연설문 등을 받아 수정하거나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연설문은 감정 부분만 다뤘고, 인사에는 개입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최씨는 "정 전 비서관으로부터 남재준 국정원장 등 17개 부처 장·차관 인사 자료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국회 측 질문에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차은택씨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추천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김기춘 자체를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차씨의 이력서를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준 것을 인정하느냐'는 말에는 "그랬던 것 같다"고 답했다. 또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차관으로 추천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이력서를 정호성에게 보낸 적은 있지만 직접 추천은 안 했다"고 했다.
최씨는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 송성각 전 콘텐츠진흥원장,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 등에 대해 "추천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현대차 납품 관여 "대통령 그런 분 아냐"
최씨는 현대자동차그룹의 납품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 개입해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도 반박했다.
최씨는 딸 정유라 씨가 다니던 초등학교 학생의 학부형 회사인 KD코퍼레이션 관련 증인신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최씨는 KD코퍼레이션이 대기업에 납품할 수 있게 다른 사람에게 부탁했느냐는 물음에 "대기업에 납품하게 해달라고 까진 안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추천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은 원래 친인척이나 측근의 그런 것을 들어주시는 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청탁 대가로 이모 KD코퍼레이션 사장의 부인인 문모 씨로부터 샤넬백과 4000만원 등을 선물 받은 적 있느냐는 물음에 "(문씨와) 서로 친해서 과자도 보내고 애들 선물도 보내는 사이였다"며 "4000만원은 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샤넬백을 받았는지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최씨는 자신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지배하는 지주회사를 설립한 뒤 회장으로 군림하려 했다는 의혹도 전면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