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재판에서 '안종범 업무수첩' 등 주요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았다. 검찰은 두 사람의 미르·K스포츠재단 개입 관련 증거 등을 제시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안 전 수석의 변호인은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2회 공판에서 "압수수색 과정에서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이고, 내용 자체도 인정할 수 없다"며 '업무수첩'을 증거로 채택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씨 측 변호인도 "검찰이 (안 전 수석의 수첩과) 최씨의 공소사실이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설명하지않고 있다"고 거들었다.
최씨 측은 "최씨가 공무상 기밀누설죄로 기소되지 않았는데, 이것(수첩)은 문건"이라며 "최씨와 관련한 증거라면 공소사실 중 어떤 부분과 관련 있는지 검찰이 설명해야만 동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어떻게든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거가 제출되는 것을 막아서 핵심 증거가 탄핵심판에 제출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최순실·안종범 재단 개입 증거 '수두룩'
이날 재판에서는 최씨가 차은택 씨를 통해 미르재단을 장악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검찰은 이한선 전 미르재단 상임이사의 진술조서를 통해 해당 내용을 공개했다.
이씨는 검찰에서 미르재단 현판식 전에 "차은택이 '출근은 안 해도 되니 비상임이사로 추천하겠다고 말했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씨 진술에 따르면, 그는 차씨의 지시로 김성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 중국 출장을 다녀왔다.
검찰은 "미르재단은 중국과의 MOU 때문에 급히 서둘러서 대통령 지시하에 설립된 법인인데, MOU 체결을 위해 김성현 등에게 북경(베이징)에 다녀오라고 지시한 것"이라며 "결국 미르재단도 최순실이 장악한 사실이 명확히 확인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씨가 K스포츠재단 설립과 운영에 세세히 개입한 정황도 내세웠다. 검찰이 이날 공개한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감사와 최씨 사이의 문자 메시지를 보면 정씨는 최씨에게 "명함은 오늘 아침 현판식 때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토요일에 급히 주문했습니다"라고 보고한다.
검찰은 "정현식은 최씨를 '최 회장'으로 저장해두고, 현판의 명함 파는 것도 일일이 보고했다"며 "최씨의 재단 장악이 확인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검찰은 정씨가 안 전 수석에게도 K스포츠재단의 설립과 운영을 일일이 보고했다며 안 전 수석의 깊은 개입도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검찰은 최씨와 안 전 수석이 지난해 미르·K스포츠재단의 통폐합 논의 과정에 깊이 개입한 증거도 내놨다. 안 전 수석과 정동춘 K스포츠채단 이사장의 통화 녹음 내용을 통해서다.
두 사람은 지난해 10월 13일에 통화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9월 두 재단을 해산하고 신규 통합재단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이후다.
통화에서 안 전 수석은 정 이사장에게 "미르·K스포츠재단의 효율적 운영과 야당의 문제 제기 때문에 양 재단을 해산하고 통폐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에게 해당 내용이 보고되고 있다는 사실도 이야기했다. 안 전 수석은 "대통령도 최 여사(최순실)에게 말해둘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안종범과 최순실이 두 재단의 설립과 운영, 해산의 전 과정을 주도하면서 개입한 정황이 확인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회장, 최순실에 "죄송"…檢 "최씨 힘 이 정도"
최씨가 포스코 측에 스포츠단 창단을 요구한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이 최씨와 조성민 더블루케이 대표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역을 공개하면서다.
검찰이 내놓은 문자 내용에 따르면, 조 전 대표는 지난해 2월 최씨에게 '어제 회의에서 언짢게 해서 미안하고 오해를 풀어주기 바란다고 포스코 회장이 정중하게 연락해왔다. 포스코가 배드민턴팀 창단을 빨리 진행하게 하겠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검찰이 공개한 조씨의 메시지는 '포스코 황 사장이 전화해 배드민턴 창단을 빨리 진행하겠다고 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검찰은 "최씨가 '포스코 회장이 배드민턴팀 창단 요구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자 '더블루케이 직원을 잡상인 취급했다'며 안 전 수석에게 그대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 전 수석에게 보고하라고 한 다음 날 (포스코) 회장이 죄송하다고 문자를 보낸 것"이라며 "최씨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되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최씨는 배드민턴팀을 창단하게 한 뒤 해외 전지훈련 등을 더블루케이가 맡아 이권을 얻으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포스코 측이 예산 부족과 구조조정 등을 이유로 난색을 보여 창단은 실제 이뤄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