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된 것 같았던 서울지하철의 '올해 3월 통합'이 지난해 12월 서울시의회의 제동으로 사실상 물 건너갔다. 5월 정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이도 확실한 것은 아니다. 이에 따라 통합만을 기다리던 서울메트로(1~4호선 운영)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 운영) 양사에서 조직 이완이 우려되는 상황. 시민의 안전을 위해 서둘렀던 통합 작업은 어쩌다 멈춰서게 됐을까.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서울시의원과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관계자 등 핵심관련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도출된 결론은 '결정적인 순간 서울시의 리더십 부재가 아쉬웠다'는 것이다.
멈춰선 통합 일정은 평범한 시민의 머리로는 이해하기 힘든 알쏭달쏭한 사건이다. 가장 큰 걸림돌이던 양사 노조가 지난해 11월 반대에서 찬성으로 전격 선회했기 때문이다.
노조의 입장 선회는 구의역 사고 등 연이은 지하철 인명사고로 인한 여론의 압박이 작용한 결과였다. 이는 서울교통공사(통합운영사 명칭)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처리를 보류한 서울시의회도 잘 알고 있는 사정이었다. 보류 결정 당시 서영진 서울시의회 교통위원장이 "우리 위원회가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애써 해명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게다가 서울시의회의 의석 상황은 통합을 추진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도 유리했다. 박 시장이 속한 더불어민주당이 74석, 국민의당 5석, 무소속 1석으로 새누리당의 27석을 압도하고 있다. 소관 상임위인 교통위원회 역시 마찬가지다. 전체 13명의 위원 중 위원장을 포함해 9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고, 국민의당이 1명, 무소속 1명이다. 남은 2명의 새누리당 위원들까지 박 시장에게 우호적이다. 노조 문제가 우려된다는 개인적인 소신에 따라 지하철 통합에 반대하는 우형찬 위원(더불어민주당)이 "우리(더불어민주당 소속 위원들)보다 더 시장님하고 친하다"고 말할 정도다. 보류 결정을 낸 교통위 더불어민주당 위원들은 '반대'를 주장하는 게 아니고, 우 의원도 굳이 자신의 소신을 고집해 박 시장의 발목을 잡는 듯한 인상을 줄까 우려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왜 교통위는 보류 결정을 내렸을까.
통합에 문제를 제기했던 최판술 위원 측 관계자는 "노조들이 자발적으로 (찬성쪽으로) 움직인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상 (박원순) 시장의 의중이 있어서 그쪽으로 흘러간 게 아니냐. 시장단이 노조측을 만나 '노조에 유리한 조건인데 왜 반대하느냐. 통합하라'고 말하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을 가지고 있어 최 위원이 (통합에) 부정적으로 돌아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도 이를 나중에 확인하며 "절차에서 문제를 지적한 것이지 (굳이) 보류 입장은 아니다"라고 했다.
우 위원 역시 "저희도 그 이야기(의혹 내용)를 많이 들었다"며 "(이와 관련한) 다양한 해석들이 있는데 박 시장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대선용) 성과내기라는 쪽으로 폄하하는 경우도 있다"고 우려했다.
위원들이 여러 가지 절차상 문제를 제기했지만 본질적인 것은 아니다. 의심스러운 점을 확실히 짚고 넘어가자는 게 정확한 입장이다. 시 도시교통본부 관계자도 "좀 더 검토할 것들은 검토를 하고 보충 할 부분도 있다고 본다"며 "통합으로 시민들에게 어떤 편익이 있는지 등 시의회에서 요구하는 부분들을 더 면밀히 보완을 해서 다음번 의회 심의 때는 더 개선된 모습으로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시와 시의회 간 불신이다. 박 시장은 과거 통합이 노조 반대로 무산됐을 당시 '노조의 변화가 없는 한 통합을 재추진하지 않겠다'고 못박은 바 있다. 교통위 위원들은 노조가 전격적으로 입장을 선회하며, 별다른 박 시장의 해명 없이 순식간에 통합이 결정나자 당혹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설'이나 다름없는 의혹이 교통위에서 나돈 배경이다. 박 시장의 적극적인 소통 부재가 아쉬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