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서민금융 정책지원 위해 곳간·공간 연다…여신심사 가이드라인으로 지하 금융 이용할수도
지난해 한국 경제는 살얼음판이었다. 세계적인 불황으로 내수는 침체되고 금리가 출렁이는 등 곳곳에서 찬바람이 불었다. 자연스레 서민들의 살림도 팍팍해졌다. 2017년엔 지난해 말 단행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대출 금리가 뛰면서 서민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에 정부는 올해 정책 모기지를 늘리고 부채의 질을 개선해 서민금융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높은 대출 문턱 등은 풀어야 할 과제다. 이에 미리보는 올해 서민금융을 전망해 본다.
<편집자주>
"2017년 금융 여건은 불확실하다는 것만이 확실하다."(지난 3일 '범금융권 신년인사회' 유일호 경제부총리 신년사 중)
국내외 불확실한 경제 여건 속에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출범 등으로 세계 경제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국내서는 부동산 가격이 치솟고 대출금리가 뛰면서 대출 빚에 허덕이는 서민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7년 곳간을 열어 서민금융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으나, 대출 문턱이 높아져 불법 사금융 등 '지하금융'의 확대가 우려되고 있다.
◆2017년 서민금융 곳간·공간 연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 등은 2017년 서민금융 공급 여력을 총 2조3000억원 증액하고 성실상환자 금리우대 폭을 확대하는 등 서민금융지원을 위해 곳간을 연다.
정부가 지난달 28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확정한 '2017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미소금융·햇살론·바꿔드림론·새희망홀씨 등 4대 서민정책 지원규모를 지난해 5조7000억원에서 올해 7조원으로 23%(1조3000억원) 가량 확대한다.
주택금융공사도 디딤돌대출·보금자리론·적격대출 등 정책모기지 공급을 3조원 확대하고 서민층 실수요자 중심으로 개편한다. 디딤돌 대출은 연간 7조6000억원, 보금자리론 15조원, 적격대출 공급규모는 21조원 등으로 총 규모를 지난해 41조원에서 올해 44조원으로 증액한다.
채무상환이 어려운 채무자에 대해서는 '패스트트랙(Fast-Track)'을 확대해 공적 채무조정 진행기간을 최장 9개월에서 최소 3개월로 단축하고 소요비용도 약 200만원 절감키로 했다.
대출금 성실상환과 금리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도 있다.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보증재단중앙회는 지난 2일부터 햇살론 성실상환자 금리우대 폭을 성실상환 기간에 따라 최대 0.6%포인트 확대키로 했다.
2년 이상 성실상환자는 기존 0.6%포인트에서 0.7%포인트로, 3년 이상은 0.9%포인트에서 1.2%포인트, 4년 이상은 1.2%포인트에서 1.8%포인트까지 금리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서민금융지원을 위한 공간도 확대한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현재 33곳에서 2017년 40개까지 추가 개설할 계획이다. 이 센터는 정책자금상품에 대한 종합상담·심사· 지원을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곳으로, 그동안 센터 이용자 22만명 중 5만명이 채무조정·자금지원 서비스를 받았다.
◆깐깐한 대출심사…'지하금융' 유혹도
정부는 2017년 서민금융지원을 확대하는 동시에 가계부채 증가세도 잡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가계부채는 1295조8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2% 늘었다. 이를 한자릿수로 안착시키는 동시에 가계부채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도입한 것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다. 이는 8·25 가계부채 대책에 따라 도입된 방안으로, 대출 시 소득증빙을 강화하고 처음부터 원리금을 갚아 나가는 분할상환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도입에 따라 1금융의 대출이 까다로워지자 2금융권으로 대출자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3월 13일부터 상호금융, 새마을금고중앙회에서도 주택담보대출 시 '맞춤형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시행키로 했다.
상호금융과 새마을금고에서 3000만원을 초과하는 대출 등의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매년 전체 원금의 1/30 이상을 비거치식·분할상환 방식으로 취급된다.
이처럼 정부는 2017년에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확대 적용해 가계부채를 관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일각에서는 '과도한 금융규제'라며 비판하고 있다.
1·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문턱이 높아지면 주택시장이 경색될 수도 있는데다 오히려 서민들이 대부업이나 불법 사금융 등 지하금융에 유입될 우려가 있기 때문.
금융권 관계자는 "1금융권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에 적용되고 나서 저축은행의 대출이 급증했었다"며 "3월부터 2금융에도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은 불법 사금융 등의 유혹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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