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 '충무로의 기대주' 채서진 "해가 갈수록 더 좋은 사람이 되고파"
1000대 1 경쟁률로 합격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연기 호평
연기에 대한 책임감과 욕심 생겨
맑고 청아한 목소리에 뚜렷한 이목구비, 보는 이 마저 기분 좋아지는 미소. 보자마자 '첫사랑'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배우가 있다. 바로 채서진(22)이다.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오디션에 합격,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의 여주인공 연아 역을 따냈다고 알려져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된 그녀였다.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채서진는 영화 속 연아가 스크린 밖으로 나온 것처럼 100% 싱크로율을 자랑했다.
홍지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10개의 알약을 얻게 된 남자가 30년 전의 자신과 만나 평생 후회하고 있던 과거의 한 사건을 바꾸려 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전세계 30개국 베스트셀러 1위로 신드롬을 일으킨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구해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종이여자' 등등 책꽂이 한켠을 기욤뮈소의 책들이 자리하고 있다는 채서진. 오디션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평소 좋아하던 소설가의 작품 속 여주인공이 된다는 사실에 한동안 넋이 나가있었다고.
"소설책을 읽었을 때 느꼈던 점은 '현재에 감사하자. 그리고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하게 아껴주자'였어요. 그런데 저희 영화를 보고나서도 원작의 감정들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너무 좋았어요. 특히 선배님들과 제가 함께 연기한 걸 객석에서 보니까 더 감독적이었던 것 같아요.(웃음)"
소설 속 여자주인공의 직업은 수의사인데 반해 홍지영 감독이 각색한 이번 영화에서 채서진이 맡은 연아의 직업은 대한민국 여성 최초 돌고래 조련사다.
"연아는 수현(변요한)이한테 사랑하는 감정을 숨기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먼저 아기를 낳고 싶다고 말하는 성격이에요. 홍 감독님이 원작을 각색하면서 남들이 시도해보지 않은 것들을 시도하는 도전적이고 능동적인 여성상을 염두에 두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연아의 그런 성격에 직업도 바꾼 것 같아요. 수의사보다는 그 시대 최초 여성 돌고래 조련사인 게 연아의 성격과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해요."
채서진은 촬영 전부터 돌고래들과 깊은 교류를 나누며 두 마리의 돌고래가 물속에서 사람의 발을 밀어주는 동작인 풋푸쉬(Foot-push) 기술까지 선보여 제작진과 조련사들조차 놀라게 했다는 후문.
실제로 극중 돌고래가 자신을 걱정하는 연기를 하는 채서진의 곁을 떠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바라봐서 '교감이란 게 이런 거구나'하고 느낌이 온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채서진은 연아에 완벽하게 몰입하기 위해 홍지영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감독님이 저의 '느리지만 차분하고 또 진중한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주변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꿋꿋함이 연아랑 비슷하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웃음)강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어필하기 보다는 한발자국 뒤에서 수현이를 바라보고 이해하고... 또 본인만의 부드러움으로 관계를 리드하는 부분을 감독님과 이야기를 통해 많이 만들어갔죠."
채서진은 촬영하는 내내 연아가 부러웠다고 밝혔다. "7년동안 부산과 서울, 장거리연애를 하면서도 애틋해하는 수현과 연아의 모습은 연인 그 이상의 무언가였을 것"이라며 "나만 바라봐주는 남자가 있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채서진은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 선배이자 이번 작품에서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변요한에 대해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준 배우'라고 극찬했다. "김윤석 선배님과 연기하는 걸 보면, 두 사람의 에너지가 느껴진다"며 "연기에 대한 열정과 연기 자체를 사랑하는 마음이 전해지더라"고 덧붙였다.
'충무로의 기대주' 채서진은 올해에만 웹드라마 '긍정이 체질' 영화 '초인' '커튼콜'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까지 바쁘게 활동했다.
배우 김옥빈의 여동생이기도 한 그녀가 연기를 시작해야 겠다고 마음 먹은 건 대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였다.
"어렸을 때부터 제 주변에는 항상 언니의 시나리오들이 있었어요. 언니의 영향을 아예 안받았다고는 할 수 없죠. 하지만, 본격적으로 연기해야 겠다고 결심한 건 한예종에 입학 후 수업을 들으면서였어요. 그전에는 연기를 배워본 적이 없었는데 파트너끼리 만나 심도있게 분석하고 극의 한 장면을 만들어가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여러가지로 시도하다가 합이 맞았을 때의 그 짜릿함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언니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영화의 절반은 언니와 관람했다고 해도 무방하다"면서 "한 영화를 보고 다섯 시간씩 수다를 떨 수 있는 사람은 언니뿐"이라고 미소 지었다.
"이제 막 배우로써 책임감과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기는 것 같아요. 더 잘하고 싶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죠. 영화 '커튼콜'에서 만난 선배님이 '좋은 배우가 된다는 건 좋은 사람이 되는 거랑 마찬가지'라고 말씀을 하셨어요. 때문에 한해 한해 갈수록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싶어요. 제가 성장하고 제 그릇이 넓어져야 제 안에서 보여지는 연기도 발전할거라고 생각하거든요.(웃음)"
2017년 더 많이 앞으로 나아갈 채서진의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