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라이프대와 최순실 국정농단 등 올해 학교 역사상 유례없이 거친 풍파를 만난 이화여대가 학교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학교의 문제점을 바로잡아 더 나은 발전의 기회로 삼겠다는 목표 하에 학생과 교직원, 교수 등 전체 구성원이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특히 새로 출범한 교수평의회가 이번주 본격적인 학교정상화 활동에 나설 전망이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학교 정상화 관련 메트로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난 19일 교수평의회가 열렸고, 여러 간담회를 통해 학생과 교직원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수평의회에는 전임교원 990명 가운데 각 대학과 대학원에서 뽑은 평의원 60명이 모여있다. 교수들은 평의회를 통해 학과 설치나 폐지, 교원 신분 변동 등 주요 사안에서 목소리를 내게 된다. 이선희(의학과) 의장은 일단 내부 의견 청취에 집중한 뒤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대외활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화여대는 최경희 총장의 사퇴로 송덕수 학사부총장이 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어 교수평의회의 역할이 주목된다.
이화여대는 이번 사태로 인해 학교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을 뿐만 아니라 주요 보직자의 거취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게다가 각종 정부지원 사업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조사가 일단락되고 사법부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누가 어떤 처벌을 받을지, 또한 정부 지원금이 얼마나 줄어들지는 미정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이화여대가 지원받은 사업은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 대학 지원·에이스·프라임·코어·여성공학인재 양성·BK 플러스 사업단·대학 특성화 사업 등 7개다. 올해 교육부가 이들 사업에 지원한 금액은 185억원이다.
교육부는 이 가운데 입학 전형과 직접 관련 있는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 대학 지원 사업'에 대한 재정지원을 지난달 중단했다. 이 사업의 올해 지원금은 7억1000만원이다. 교육부는 아직 집행되지 않은 예산은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나머지 6개 지원 사업비 삭감액과 기간은 정 씨의 부정입학 등 학사 문제 관련자들의 사법 처리 이후 결정할 예정이다. 삭감액과 기간은 사업관리위원회가 확정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행정 감사에서 내용을 다 찾지 못해 수사 의뢰했다"며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 주요 보직자의 처벌 내용을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 감사 내용만 적용하면 최대 수위로 제재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올해 교육부가 만든 '대학재정지원사업 매뉴얼'을 보면, 부정·비리 정도에 따른 수혜를 총 지원액의 30%까지 제한할 수 있다. 최대 삭감액은 전현직 이사장과 총장, 입학처장 등 주요 보직자가 금고 이상 처벌을 받을 때 적용된다. 금고 이외의 형이 확정돼도 사업관리위원회 심의로 부정·비리 정도를 판단해 수혜를 제한할 수 있다.
이에 2017년 첫 신입생을 뽑는 '엘텍 공과대학' 새내기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엘텍 공과대학은 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인 '프라임' 사업으로 만들어졌다.
엘텍 공과대학 신입생은 'H엘텍공학인재 장학금'으로 입학금과 기숙사비 등 각종 혜택을 받기로 되어있다. 휴먼기계바이오공학부는 정시와 수시 합격자 모두에게 기숙사 입사 시 1년 기숙사비를 지원한다. 수시 최초 합격자는 모두 입학금을 포함한 등록금 전액을 1년 동안 지원받는다. 기숙사비도 받는다.
사이버보안전공과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전공도 수시 합격자 전원에게 기숙사비를 제공한다. 수시 최초합격자 전원에게는 입학금을 포함한 입학 당해 1개 학기 등록금 전액을 준다. 수험생 입장에선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하지만 교육부와 이화여대 모두 지원금 삭감이 학생의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정부가 삭감하는 각종 지원금은 학생을 대상으로 쓰이는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장학금과 연구비가 아닌 (학교) 본부 사업비만 줄어드는 것"이라며 "삭감된 사업비에 대해서는 교비 집행할 자율성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학교가 제출한 계획서가 우수해서 지원금을 주었으므로, 감액을 하더라도 당초 계획대로 사업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준다는 의미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예산 삭감에 따라 예정된 활동이 축소되거나 추가 교비 지원이 필요한 경우 예산을 잘 조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