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을 출입하는 기자에게 은행장 인사는 최대 관심사다. 연말을 전후로 임기가 만료되는 은행장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는 이유다. 연임이 될 지, 새로운 행장이 출현할 지, 이로 인해 어떤 변화가 생길 지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파생된다.
앞으로 3개월 내 임기 만료를 앞둔 은행은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수출입은행 등이다. 올해는 탄핵 정국 여파 등으로 다른 해에 비해 차기 CEO에 대한 윤곽이 늦게 나온 편이지만 이달 들어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가장 시끄러운 곳은 기업은행이다. 권선주 행장의 임기가 이달 27일 만료되는 가운데, 차기 은행장을 최종 승인하는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업무 공백이 우려됐다.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회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현재 상황에서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최종 임명하면 선임 절차가 마무리된다.
금융위원회는 차기 기업은행장 후보로 김도진 현 경영전략그룹 부행장을 단독 제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업은행 노동조합은 현 정부 실세와 친박계가 인사에 개입했다는 이른바 '낙하산' 정황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현재 거론되는 후보자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낙하산 이슈는 매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정부가 주인인 국책은행은 물론이고 정부의 지분이 50% 이상 있었던 우리은행을 비롯해 은행마다 출신 논란, 흠집 내기, 권력 다툼 등이 진부할 정도로 지속돼 왔다.
하지만 정작 은행원은 '그들만의 잔치, 그들만의 싸움'이란 입장이다. 차기 은행장에 대해 관심도 없고 내분이나 권력 다툼에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실제로 은행업 종사자에게 행장 관련 이슈를 질문하면 "관심없다", "잘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리고는 차기 은행장이 누가 될 것인지 보다 당장 영업 할당량을 채우는데 급급하다는 답이 따라온다.
비대면 거래가 발달하면서 매년 점포수가 줄고 희망퇴직 등으로 짐을 싸는 은행원은 늘고 있다. 은행은 업종 특성상 '순혈주의'가 있어 퇴직 후 이직도 힘들다. 은행원이 '신의 직장'이라는 별칭은 이미 옛말이다.
성과연봉제도 풀어야할 숙제다. 노사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사측의 일방적인 추진에 노조의 불만만 커지고 있다. 내년엔 더욱 어렵다. 차기 은행장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