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인사는 뒤에 있었다.
앞서 '거부들의 내각'을 꾸렸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 규제개혁 특별자문관에 월가의 악명높은 '기업 사냥꾼'인 칼 아이칸을 임명했다. 아이칸은 내년 1월 교체가 예정된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인선을 좌지우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투기자본의 전성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트럼프는 또한 무역 분야의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격인 국가무역회의(NTC·National Trade Council)를 신설하고, 그 수장에 '중국 묵시론자'인 피터 나바로를 임명했다. 나바로는 '중국의 굴기는 지구의 멸망으로 이어진다'는 대중국 초강경론자다. 그의 전면 등장은 G2 무역전쟁이 현실화될 것임을 의미한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 포브스 등 유력 경제매체들은 아이칸과 나바로의 인선 의미를 분석해 앞다퉈 전했다.
아이칸의 인선 소식을 맨 먼저 전한 WSJ는 그가 SEC 위원장 인선에서 중심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미 아이칸은 환경청장 인선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새로 환경청장에 오른 스콧 프루이트는 아이칸과 함께 오바마 행정부의 반(反) 화석연료 정책에 반기를 든 인물이다. 그는 아이칸이 맡은 규제개혁 특별자문관 직과도 무관하지 않다. 트럼프가 추진하는 규제개혁의 대표적인 표적이 바로 반(反) 석탄산업 정책이다.
당초 트럼프는 아이칸에게 재무장관 직을 제의했지만 본인의 고사로 비공식 직책인 특별자문관을 맡겼다고 전해진다. 재무장관 직을 맡기고자 할 정도로 아이칸에 대한 트럼프의 신뢰가 대단하다는 의미다. 아이칸은 트럼프의 사업 동반자이자 친구고, 지난 선거전 당시 초반부터 트럼프를 지지했다.
아이칸은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수많은 기업들을 사냥해 부를 쌓은 인물이다. '행동주의 투자'로도 불리는 투기자본의 대표주자다. 우리나라에서도 2006년 KT&G를 공격해 1500억원을 챙긴 바 있다. 아이칸은 비공식 직책을 맡아 사업에 지장이 없는데다 SEC 위원장 인사마저 좌우할 수 있다. 트럼프 시대 투기자본이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아이칸이 트럼프의 동반자라면 나바로는 트럼프의 경제가정교사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환율 조작, 기술 도용, 일자리 도둑질 등 트럼프가 선거 유세 중 내놓은 각종 중국 비판은 모두 그의 주장을 옮긴 것이다.
현재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교수로 재직 중인 나바로는 여러 베스트셀러를 써내 '중국 위협론'을 유행시킨 장본인이다. 특히 지난 2011년 내놓은 '중국에 의한 죽음(Death by China)'에서 그는 '역사 속에서 패권적 성향을 보여온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면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요지의 주장을 폈다.
이제 그의 주장은 단순한 학자의 주장이 아니라 미국의 국가이념으로 승격되는 셈이다. 트럼프 측은 "그가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혁신적인 전략을 제공할 것"이라며 이를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