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켈레톤 윤성빈(왼쪽)과 리차드 브롬리 코치/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한국 스켈레톤과 봅슬레이 대표팀이 내년 2월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세계선수권대회 불참 여부를 검토 중이다.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관계자는 13일 "러시아 도핑 스캔들 항의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내부적으로는 불참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
현재 전 세계 봅슬레이·스켈레톤 선수들은 내년 세계선수권대회가 소치에서 열리는 것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스켈레톤·봅슬레이 대표팀도 개최 장소가 옮겨지지 않으면 세계선수권대회에 불참한다는 입장이다.
세계반도핑기구(WADA) 독립위원회는 최근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을 포함해,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러시아가 국가적 규모로 도핑을 공모했다"고 발표했다.
국제대회에 참가한 러시아 선수 1000여 명의 도핑 검사 샘플이 국가 주도하에 조작됐다는 것이다.
이에 라트비아 스켈레톤 대표팀은 12일 "올림픽 정신이 도난당한 장소인 소치에서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면 불참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영국과 미국도 개최지가 변경되지 않으면 불참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IBSF는 '맥라렌 보고서' 발표 이후 최대한 빨리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라트비아 스켈레톤 대표팀의 불참 선언으로 이 종목 세계랭킹 1위 마르틴스 두쿠르스(32)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지 않는다.
두쿠르스는 한국 스켈레톤의 '신성' 윤성빈(22, 한국체대)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자 넘어야할 산이다. 지난 시즌 두쿠르스가 세계랭킹 1위를 차지했고, 윤성빈이 뒤를 이었다.
두쿠르스가 출전하지 않은 대회에서 윤성빈이 금메달을 획득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 연맹의 판단이다.
러시아 도핑 스캔들에 항의하는 흐름에 동참하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두쿠르스가 빠진 대회에 참여하는 것보다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 트랙에서 훈련을 더 하는 실리를 택했다.
물론 IBSF가 선수들의 항의를 받아들여 개최지를 변경할 경우 이 같은 결정은 바뀔 수도 있다.
만약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이 세계선수권대회에 불참할 경우, 내년 2월 초 귀국해 평창에서 훈련을 이어간 뒤 내년 3월 평창에서 개최되는 월드컵 대회에 출전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