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김연아' 차준환(15·휘문중)이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역대 처음으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 기대주'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차준환은 10일(한국시간)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치러진 2016-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53.70점을 얻었다.
이틀 전 쇼트프로그램에서 71.85점을 얻은 차준환은 프리스케이팅 점수 153.70점을 더해 총점 225.55점을 기록, 드미드리 알리예프(러시아·240.07점), 알렉산더 사마린(러시아·236.52점)에 이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금까지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입상한 한국 선수는 '피겨여왕' 김연아가 유일했다. 김연아는 2004-2005시즌, 2005-2006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해 각각 2위와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차준환의 이번 동메달은 김연아 이후 무려 11년 만이자, 두 번째 메달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 남자피겨 역사에서도 새 기록을 썼다.
차준환은 2014-2015 시즌 이준형(단국대)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한 것은 물론, 한국 남자피겨 사상 역대 처음으로 메달리스트가 되는 쾌거까지 달성했다.
올림픽 무대에서 한국 남자피겨는 사실상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 그러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차준환의 경기력에 개막을 1년 2개월여 앞두고 있는 2018 평창 올림픽은 물론,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성적에도 기대가 쏠리고 있다.
차준환의 2016-2017 시즌은 화려했다.
지난해 12월 2015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랭킹 대회에서 총점 220.40점을 기록한 차준환은 당시 한국 남자피겨 역대 최고점을 세우며 주목 받았다.
이어 올해 3월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 나선 차준환은 남자 싱글에서 7위를 차지했다. 이는 1988년 대회에서 정성일이 차지했던 6위에 이어 역대 한국 선수 중 두 번째로 높은 순위다.
그러나 차준환은 이전 대회에서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에 취약했고, '쿼드러플 점프(공중 4회전)'도 마찬가지였다.
차준환은 이를 보강하기 위해 브라이언 오서 코치의 지도를 받았다. 혹독한 훈련을 통해 탄탄한 기본기를 쌓은 것은 물론, 필살기로 준비한 쿼드러플 살코의 성공률도 높였다.
결국 차준환은 이번 시즌 출전한 두 차례의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는 물론, 파이널 무대에서도 결실을 맛봤다.
지난 9월 주니어 그랑프리 3차 대회에서 차준환은 ISU 공인 주니어 역대 최고점인 239.47점으로 우승을 거두며 2016-2017 시즌의 첫 관문을 통과했다.
차준환의 3차 대회 기록은 2014년 12월 열린 2014-2015 ISU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일본의 우노 쇼마가 작성한 역대 주니어 최고점(238.27점)을 1.2점 끌어올린 신기록이다.
이어 지난 10월 그랑프리 7차 대회에서는 김연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한 시즌에 두 차례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이번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도 역시 착실히 쌓은 기본기가 메달 획득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차준환은 6명의 선수 중 가장 먼저 은반에 올랐다. 그는 가장 먼저 지난 쇼트프로그램에서 실수했던 첫 번째 점프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10.30점)를 깔끔하게 소화해 수행점수(GOE)를 1.40점 얻었다.
필살기로 준비한 두 번째 점프 쿼드러플 살코도 완벽하게 뛰어 GOE 2점을 챙겼고, 이어 트리플 악셀에서도 0.71점의 가산점을 얻었다. 플라잉 카멜 스핀은 레벨 3으로 처리하고, 체인지 싯 스핀은 레벨 4로 마무리했다.
점프 연기의 기본점에 10% 가산점을 주는 구간에서 차준환은 트리플 악셀-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트리플 플립, 더블 악셀까지 3연속 점프를 해내며 가산점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실수는 한 순간이었다. 차준환은 트리플 플립-싱글 루프-트리플 살코 콤비네이션 점프를 시도하던 중 착지에 실패했고, 후속 점프를 뛰지 못했다.
이후 스텝 시퀀스(레벨3)에 이어 트리플 루프를 성공하며 가산점 1.10점을 챙기고, 콤비네이션 점프(레벨4)로 연기를 마무리하며 동메달을 품에 안았다.
차준환은 경기 후 "쇼트프로그램 연기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쇼트는 쇼트고 프리는 프리다"라며 "쇼트프로그램 연기를 잊고 프리스케이팅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몇 가지 실수가 나왔지만 만족한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차준환은 지난 쇼트프로그램에서 4위로 뒤처졌다. 그러나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플립-싱글 루프-트리플 살코 콤비네이션에서 나온 실수를 제외하면 사실상 클린급 연기를 펼치며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한편 차준환은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함께 캐나다 토론토로 이동해 훈련에 매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