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가결, 한국경제 비상에 부총리 거취 확정 시급…경제부총리, 유일호냐? 임종룡이냐?
역사상 두 번째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됐다. 민심은 하나로 모였지만 한국 경제는 소용돌이 속에 빠졌다. 미국의 금리 인상 예고 등 글로벌 금융이 들썩이는 가운데, 탄핵 정국은 국내 금융 시장을 '시계제로' 상태로 끌어 내렸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국정조사 등을 앞두고 금융권 수장들의 인사가 적체되고 주가가 출렁이는 등 경고등이 켜졌다.<편집자주>
박근혜 대통령(18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경제 수장'의 거취가 관심을 끌고 있다. 박 대통령이 공직후보자로 지명한 임종룡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인사권 행사의 효력이 자동 소멸되기 때문.
현직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가운데 유일호 현 경제부총리의 유임이냐,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새롭게 경제부총리로 임명하느냐에 대한 다양한 전망이 나온다.
◆유일호·임종룡, 불편한 동거 끝?
대통령 탄핵 가결 다음날인 지난 10일부터 '황교안 대행 체제'가 가동된 가운데, 국정 혼란 속 한국 경제를 이끌어 갈 '경제 사령탑'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달 2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이 마비되면서 임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가 표류됐다.
현직 유일호 부총리가 직무를 계속 수행했지만 내정자가 있는 상태에서 경제정책을 적극적으로 이끌어가긴 힘든 상태였다. 이들의 불편한 동거가 지속되면서 자연스레 경제 수장의 자리는 사실상 공백상태였다.
청와대가 마비되고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리면서 주요 경제정책들도 제동이 걸렸다. 기업의 실물투자 부진, 소비심리 위축 등 각종 지표는 떨어지고 내수 불황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경제 사령탑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최대 6개월이 소요되며, 최종 탄핵이 결정되면 60일 이내에 차기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신속히 경제 컨트롤타워를 세우지 않으면 최대 8개월 안팎의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상황에 임 내정자의 청문회를 반대했던 야당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에 지난 9일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 직후 "경제·민생 사령탑을 조속히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일호 유임에 '무게추'?
금융권 안팎에서는 경제 사령탑에 대해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으나, 우선 임 내정자에 대한 여야 합의가 어려울 것이란 평이다.
우선 임 내정자는 현직 금융위원장으로서 남은 임기 1년 3개월여를 마쳐야 한다는 의견이 거세다. 한진해운과 대우조선해양 등 기업 구조조정 현안이 산적한 데다 미국발(發) 금리 인상 등 대·내외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갑작스런 수장 교체는 혼란을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추미애 대표가 "임종룡 내정자가 경제 사령탑에 합당한지는 조금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어 추후 여야 합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책의 일관성을 위해 유 부총리의 유임에 무게추가 실리는 모양새다.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 이헌재 당시 부총리가 경제분야를 맡아 국정을 이끈 것처럼 유 부총리가 경제분야에서 전권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탄핵 다음날인 10일 유 부총리는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하루 4개의 회의를 열어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국·내외 경제동향 모니터링, 리스크 관리 등을 강조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안이 뒤집히거나 새로운 내각 구성을 시도할 경우, 임 내정자가 다시 경제부총리로 거론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아직 뚜렷한 윤곽이 나오지 않은 만큼 제3의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도 완전 배제하긴 힘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가장 시급한 것은 현재의 내수 불황이 고착화 되는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라며 "경제 컨트롤 타워 구축을 통해 경제 심리를 안정시키고 재정정책의 경기조절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내수침체 강도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