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기소)씨가 동계스포츠 사업을 빌미로 정부지원금이나 기업 후원금을 받아내려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체육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삼성을 '수금 대상'으로 지정해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8일 최씨, 김 전 차관과 함께 이런 행위에 관여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등으로 최씨 조카 장시호(37)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을 11일 기소한다. 최씨에도 이 혐의를 적용해 같은 날 추가 기소할 예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0월께부터 올해 3월까지 삼성그룹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명목으로 16억2800만원을 억지로 지원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최씨는 2015년 초 동계스포츠 관련 사업을 빌미로 사익을 취하기로 하고 조카 장씨를 끌어들였다. 승마선수 출신인 장씨가 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들과 친분이 있다는 점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장씨에게 실무를 맡긴 최씨는 김 전 차관 등에게 "영재센터를 후원할 수 있는 곳을 알아봐 달라"고 했다. 이에 김 전 차관은 "빙상연맹을 맡은 삼성으로부터 후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으니 접촉해보겠다"며 삼성 측에 접근했다.
김 전 차관은 지난해 8월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 총괄사장을 만나 "BH 관심사"라며 지원을 요구했다. 김재열 사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국제부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김 사장은 요구를 거부할 경우 삼성그룹의 추진 사업과 본인의 체육 관련 활동에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해 결국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센터는 삼성전자로부터 지난해 10월 5억5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올해 3월에는 스키와 스케이트를 나눠 해외 전지훈련 사업계획서를 만든 명목으로 10억7800만원을 더 받아냈다.
센터는 외국인전용 카지노 운영을 위해 설립된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에서도 2억원을 지원받았다.
장씨는 이밖에도 허위 기재된 사업계획서를 이용해 문체부 보조금을 과다 지급 받은 혐의(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도 있다.
삼성 등에서 받은 후원금 등 영재센터 자금 3억여원을 자신의 다른 법인인 누림기획과 더스포츠엠 운영비 등에 사용한 혐의(업무상 횡령)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