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2016년 대한민국=순실증·할빠·혼공족
순실증, 할빠, 혼공족. 대한민국의 현주소가 올해 학원가에 유행한 신조어에 고스란히 담겼다.
8일 사교육업체 윤선생에 따르면 현재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내가 이러려고 공부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4일 2차 대국민 담화에서 "이러려고 대통령이 됐나, 자괴감 들고 괴롭다"고 한 말을 비꼰 것이다. 학생들은 '정유라 이대 부정 입학'에서 느낀 허무함과 분노를 느낀 이같은 패러디로 담아냈다.
올해 수능을 치른 학생들은 '순실증'이라는 신조어도 만들었다. 학생들은 국가원수와 측근의 국정 농단을 보면서 노력·성실 등의 가치에 대해 무력감을 느끼고 희망과 대안을 찾지 못해 절망과 우울함에 빠졌다. 순실증에 담긴 의미다.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조부모가 육아와 교육을 맡는 이른바 '황혼육아'에 대한 신조어도 늘었다. 육아를 전담하는 할아버지나 할머니를 일컫는 '할빠(할아버지+아빠)'와 '할마(할머니+엄마)'가 대표적이다.
할빠와 할마의 구매력이 높으면 '피딩족'이 된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고(Financial) 육아를 즐기며(Enjoy) 활동적이면서도(Energetic) 자녀에게 헌신적인(Devoted) 50~70대를 일컫는다.
이들 피딩족은 높은 구매력으로 '할류 열풍'을 이끌고 있다. 할류 열풍은 할빠와 할마들이 손주를 위한 고가 의류나 장난감 구매를 마다하지 않아 소비 시장에서 큰손으로 떠올랐다는 의미다.
예전에는 자녀에 대한 간섭과 보호가 심한 엄마인 '헬리콥터맘'이 화제였다. 최근에는 맞벌이로 바쁜 자식 대신 손주 육아·건강·교육·패션까지 챙기는 조부모를 가리키는 '헬리콥터 그랜파·그랜마'가 늘고 있다. 그러나 경제력과 별개로 '황혼육아'는 쉽지 않다. 육아는 육체노동이다 보니 허리와 팔 다리가 아프고 우울증도 생기는 '손주병'을 앓는 사례도 늘고 있다.
'혼자 열풍'은 올해 대표적인 사회·문화 핵심어다. 급격히 늘어난 1인 가구의 '혼밥(혼자 밥 먹기)' '혼술(혼자 술 먹기)' '혼영(혼자 영화보기)' 같은 '나 혼자' 경향이 주목 받고 있다. 이는 교육 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혼공족(혼자 공부하는 사람)'을 양산했다.
기존에도 학교와 학원, 도서관 등에서 혼자 공부하는 사람은 많았다. 그러나 혼공족은 사람 많은 어떤 곳에서도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주로 카페에서 공부와 취업 준비를 한다.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이 생긴 배경이다. 최근에는 서점과 북카페 등에서 독서 삼매경에 빠지는 '혼독족'도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