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뱅크, 본인가 코앞인데 은행법 개정안 여전히 표류…"ICT가 주도하는 경영환경 마련 어려워"
'거대 메기, 23년 만의 옥동자, 금융개혁의 핵심….'
은행법 개정안이 표류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별칭이 무색해지고 있다. 국내서는 23년 만에 새로운 형태의 은행으로서, 출범 전부터 금융권의 '메기효과'를 예고하며 새로운 지각변동을 몰고 왔다. 그러나 은산분리(비금융주력자의 은행 지분 보유 규제) 완화를 담은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출범 직전까지 '반쪽 은행'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 '은산분리 족쇄' 여전히 지지부진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9월 30일 인터넷전문은행 본인가를 신청한 K뱅크의 은행업 인가요건을 심사 중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금감원의 인가요건 심사가 완료되는 대로 금융위원회 회의에 본인가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며 관련 일정은 확정되는 대로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본인가 일정에 대해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으나, 연내를 넘기지 않을 것이란 게 공통된 전망이다. 하지만 '은산분리 족쇄'가 풀리지 못한 상태에서 본인가가 난다면 K뱅크는 KT가 경영권을 갖지 못한 채 출범하게 된다.
현행 은행법상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은 은행 지분을 의결권 기준 최대 4%까지만 보유할 수 있으며,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을 시에만 10%까지 지분 보유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K뱅크 설립을 주도한 KT는 보유지분 8% 중 의결권이 4%에 그친다. K뱅크의 총 21개사 주주 가운데 GS리테일(10%), 다날(10%) 등 다른 비금융 주력자 역시 의결권은 4%로 제한 받는다.
카카오뱅크도 사정은 비슷하다. 카카오가 보유한 10%의 지분 중 4%만 효력을 행사할 수 있는 셈이다. 그 외 주주로는 KB국민은행(10%), 한국투자금융지주(50%) 등이다.
이렇게 되면 비금융주력자인 ICT(정보통신기술)기업이 경영권 행사를 주도하기 어려워 기존의 '인터넷뱅킹'과 큰 차별성을 확보하기 힘들 것이란 우려다.
K뱅크 관계자는 "은행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ICT가 주도하는 경영환경을 마련하기가 어려워진다"며 "인터넷전문은행만의 차별성을 보이기 위한 근간은 ICT인데, ICT가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역량을 투입하기 위한 동력이 떨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광화문에 위치한 'K뱅크' 준비법인 사무실, 판교에 위치한 '카카오뱅크' 준비법인 사무실
◆긍정신호 있었으나…
이 같은 상황에 국회에선 비금융주력자의 은행지분 보유한도를 50%까지 허용하는 은행법 개정안과 34%까지 허용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등 총 5개안이 발의됐다.
이진복 국회정무위원장은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제정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법안이 연내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연내 처리를 시사하기도 했다.
이에 금융권을 비롯한 통신 업계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핀테크 경쟁에 열을 올리는 추세다.
SK텔레콤은 지난달 하나금융그룹과 합작회사인 '핀크'를 출범했다. 핀크는 내년 상반기부터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자산관리와 개인간거래(P2P) 투자·대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LG유플러스도 최근 KB금융그룹과 손을 잡고 KB금융의 통합 멤버십 서비스인 '리브 메이트'를 출시했다. 국민은행·국민카드·KB투자증권 등 계열사의 이용 실적을 적립할 수 있으며, LG유플러스는 통신상품 요금 납부 실적 등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확인된 개인정보를 신용도 평가에 이용키로 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메기효과'가 벌써부터 발휘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은행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합의가 쉽지 않은데다 '최순실 국정농단' 속에 조속한 처리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법안 통과를 위해선 정무위 전체회의 의결, 법제사법위원회 의결, 본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는 오는 9일 종료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 취지가 ICT기업을 근간에 둔 사업인데, 금융사가 주도해 운영하게 된다면 기존 은행과 차별성을 확보하기 힘들 것"이라며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기존 금융권이 다시 대주주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