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국 에어컨 제조업체인 캐리어의 멕시코 공장 설립을 일부 막는데 성공하면서 중국내 애플 제조기지도 미국으로 돌아오게 하겠다는 그의 약속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애플의 제조기지인 중국에서는 자국의 저임금 시스템을 미국이 따라잡기는 불가능하다며 '가져갈테면 가져가라'고 냉소를 보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주요 공약인 '제조업 리쇼어링(본국 회귀)'은 경제논리를 무시한 비현실적인 정책이라는 것이다.
지난달 30일(이하 미국시간) 중국공산당의 해외창구 역할을 맡고 있는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이 트럼프 임기 중에 과거 제조업 기지로서의 영광을 되찾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트럼프가 애플에게 미국 공장을 짓는 대가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더라도 아시아의 (저비용) 생산시스템을 모방해 낼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애플은 (트럼프의) 애국주의 쇼를 위해 경제적 부담을 떠안는다고 하더라도, 과연 미국의 노동자들이 중국에서 돌아온 저임금 일자리를 원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트럼프가 애플을 설득해 미국으로의 공장 이전에 성공한다면 오히려 중국은 기뻐할 것"이라며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화웨이와 샤오미 등이 애플의 시장점유율을 잠식하는 게 더 쉬워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중국내 애플 부품업체들은 화웨이와 샤오미에 납품할 수 있어 중국 노동자들의 실업사태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22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의 최고경영자인 팀 쿡과 전화통화를 통해 애플의 미국 공장 설립에 대해 논의한 사실을 공개하며 법인세 대폭 감면, 각종 규제 철폐 등을 비롯한 인센티브를 애플 측에 제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선거 유세 기간 중국과 멕시코를 겨냥해 미국내 중산층 몰락의 주범이라고 공격해 온 트럼프 당선인은 첫 공약실천으로 캐리어의 공장 이전을 절반 규모로 축소하는 데 성공했다.
캐리어는 트럼프 측의 설득에 따라 당초 2000명이 근무하는 미국 인디애나 공장을 2019년 멕시코 몬테레이로 완전 이전시킨다는 계획을 수정해 그 절반 수준으로 이전 규모를 축소했다.
CNN머니에 따르면 이날 캐리어 측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측이 제시한 인센티브가 중요한 고려사항이었다"고 밝혔다. 인센티브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현행 35%의 법인세를 15% 수준으로 낮춘다는 약속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