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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은 국부유출 막은 것"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26일 각각 이사회를 연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 대 0.35 비율로 흡수합병한다는 안건을 의결한 것. 시장은 환호했다.

주식시장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두 회사가 제시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인 15만6493원과 5만7234원보다 각각 20.1%, 10.9% 높았다.

얼마 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합병 비율을 문제 삼고 나섰다. 결국 표 대결로 이어졌다. 국민연금과 외국계 주주, 개미(소액주주)는 삼성의 손을 들었다.

1년 6개월이 지나 시점에 '최순실 국정 농단'사태를 조사 중인 검찰과 정치권이 '삼성그룹 오너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민연금에서 관여한 것 아니냐'며 '삼성과 청와대(최순실)'를 연결짓고 있다. 주주들이 결정한 사항에 딴지를 걸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물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의 미래'를 펼치는 밑그림이었다. 정치권에서 한목소리로 지적하던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고, 사업체질을 강화해 한국경제의 버팀목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였다.

특히 당시 국부유출을 걱정하는 여론은 국민연금을 압박했다. '교각살우(矯角殺牛·쇠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인다)'의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요지였다. 2003년, '건전한 지배구조'를 명분으로 SK 사냥에 나선 '소버린 학습효과' 때문이었다. 1조 '먹튀' 소버린은 한국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삼성의 숨은 가치 지켰다'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해 국민연금이 반대했다면 합병이 성사되지 않았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요(NO)'다.

개미들의 힘이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물산은 없었을 터. 출석주주 3분의 2(찬성율 66.67%)를 웃도는 69.53%의 찬성으로 합병한 것은 막판 부동표(소액주주와 외국인) 중 17%의 표심을 사로잡은 결과였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당시 합병에 찬성할 것으로 유력시됐던 주주는 42.04% 수준이었다. 삼성 측(지분율 13.82%)과 '백기사' KCC(5.96%)를 비롯해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11.21%)과 국내 기관투자가(11.05%) 등이 합병 찬성 '연합군'을 형성했다. 반대 의사를 표명한 곳은 엘리엇(7.12%), 메이슨캐피털(2.20%) 등 외국인 투자자 9.47%였다.

소액주주는 바보가 아니다. 절대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중국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으로 불리는 청쿵인프라스트럭처(CKI)와 파워에셋 홀딩스의 합병사례는 소액주주의 힘을 잘 보여준다. 홍콩 최고부호인 리카싱(李嘉誠) 청쿵프라퍼티 홀딩스 회장은 기관의 표심은 얻었지만, 소액주주들의 반대로 백기를 들어야 했다. 덕분에 양사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이후 영국 이동통신사 '오투(O2)'를 인수해 영국 1위 통신업체로 도약하려던 꿈도 접어야 했다.

전문가들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무산됐다면 더 큰 손해를 볼수도 있었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위기였다. 그룹의 맏형이자 한국경제의 버팀목이던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했고, 중저가인 중국 화웨이, 샤오미 등의 추격으로 벼랑 끝에 몰린 시기였다.

방법은 하나였다. 삼성그룹의 경영 효율화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도 그 가운데 하나의 선택이었다. 지배구조와 사업구조의 틀을 바꿔 체질을 강화해 보겠다는 의도였다.

사실상 삼성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은 지배구조 선진화 과정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이다. 경제개혁연대 등은 삼성이 금융지주회사 구축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그 하나로 삼성물산을 분할해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한 투자 부문을 금융지주회사로 만드는 것이다. 이 경우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 계열사는 물산금융지주와 물산사업회사의 지분을 각각 40.26% 보유하게 된다. 금융지주사가 되면 금융 부문 출자구조는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금융지주회사→타 금융 계열사'로 바뀐다.

일각에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국민연금이 5900억원의 '평가손실'(중간 투자성적)을 봤다고 한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합병 후 일부 주식을 매각해 평가손실은 2000억원대다. 게다가 통합 삼성물산의 주가가 높을 땐 국민연금이 평가이익을 내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자체 검토안보다 불리한 합병비율이 제시됐음에도 찬성한 것은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와 주식 가치의 상승 여지 등을 재무적 투자자 입장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라고 밝혔다.

NH투자증권 김동양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명시적이고 지속해서 지주회사 전환 불가 입장을 밝히지 않는 이상,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지속될 것"이라며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2%의 가치 상승이 기대되고, 기관투자가의 편입 비중이 낮아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 대안으로 떠오를 것"으로 분석했다.

합병이 무산됐다면 한국경제가 누릴 천문학적 경제적 가치가 사라졌을 수 있다.

당장 지배구조와 사업구조 개편작업이 막히면, 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SDS 등 삼성그룹주 주가는 곤두박질쳤을 것이다. 연금도 부실 해졌을 것이다.

당시 정부 한 관계자도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제일모직 외에도 삼성전자·삼성화재·삼성SDI·삼성증권·삼성카드 등 삼성 계열사 주식을 23조원 가까이 보유했기 때문에 큰 그림을 봐야 했다"면서 "국내외 증권사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에서도 합병이 성사될 때 전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한 바 있다.

◆ "국부유출 막은 것"

국민연금이 엘리엇과 맞장구라도 쳐야 했을까.

여론 재판에 내 몰렸을 가능성이 적잖다. 지난해 5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할 당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한국경제를 이끄는 글로벌 기업을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놔둬서는 않된다는 논리였다. 심각한 국부 유출에 대한 우려와 함께 경영권 방어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시장에서는 소버린 판박이가 될 것을 우려했다.지난 2003년 영국계 헤지펀드 소버린자산운용(이하 소버린)은 SK 지분 14.99%를 매입해 2대 주주로 올라선 뒤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고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하는 등 경영간섭을 했지만 2년 뒤 지분을 전량 매각해 결국 1조원 가까운 시세차익을 거두고 떠났다.

당시 삼성물산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한 기관투자가는 "시장에서는 삼성의 미래 가치에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여기에는 2003년 소버린 사태의 악몽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았다"면서 "외국계 헤지펀드가 내세운 명분(지배구조 개선·주주 이익)이 과연 실질적으로 이행되고 기여할 것인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소액주주들이 찬성에 표를 던진 것도 외국계 자본이 한국경제나 주주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 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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