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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트럼프와 은행에 뺨맞다



"대출 상담 받으실 분들은 이 쪽으로 앉아 주세요."

최근 전세대출을 받는다는 지인을 따라 시중은행의 한 영업점을 방문했다. 점심시간이 한 참 지났는데도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자 은행 직원들은 대출 상담자만 분류해서 업무를 분담했다. 어두운 표정의 대기자들은 대출 상담 전용 창구 쪽으로 서둘러 자리를 옮겼다. 지인은 말했다. "우리나라 사람은 인생의 8할이 대출이래."

그럴지도 모른다. 생활비를 비롯해 비싼 학자금, 치솟는 전세값 등으로 대출 없이는 살기 힘든 시대다. 연 1%대의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투자처는 사라지고 대출만 눈덩이 처럼 불었다. 가계부채는 1300조원에 육박해 가계 신용대출 규모가 대기업이 은행에서 빌려다 쓴 대출을 넘어섰다.

대출자들은 '그래도 금리가 낮으니까….'라는 생각으로 위안을 얻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금리는 순식간에 뛰었다. 최근 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트럼프탠트럼(트럼프 발작·금리 급등)'이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달러 강세에 통화가치가 떨어진 신흥국들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고, 국고채 금리도 급속도로 오르는 추세다. 대출자의 65%가 변동금리 대출을 사용하는 가운데, 트럼프에게 난데없이 뺨을 맞은 셈이다.

대출자들이 트럼프에 왼뺨을 내줬다면, 오른뺨은 은행이 내리쳤다. 실질적으로 돈을 빌려주는 기관인 은행들은 '마이너스 금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신금리는 꾸준히 내리고 있으면서도 대출 금리 인상엔 재빠르다. 시중은행들은 없던 수수료를 만들어 내거나 인상하는 동시에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빠르게 인상하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4%대로, 5%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은행들은 저금리 기조에도 견조한 수익을 내 왔기에 이번 대출금리 인상 움직임이 더 야속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국내 은행이 수수료를 통해 벌어들인 이익은 3조4000억원에 이르며, 3분기 이자이익은 8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정부와 당국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앞서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세에 제동을 걸겠다고 내놓은 경제정책이 금리 인상의 촉매제가 됐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미 양 볼을 감싸 쥐고 있는 대출자들의 인생에서 대출이 9할, 10할로 늘어나지 않도록 정부와 당국의 실효성 있는 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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