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2014 년 이후 급증하는 자사주 매입 규모
(단위:십억원)자료=KRX, 대신증권 등* 2015년 자사주 매입규모에는 미체결된 삼성전자 등 자사주취득 발표기업 예상 금액 포함>
#. 삼성전자는 올해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총 11조3000억원 규모의 특별 자사주 매입·소각 프로그램을 완료한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11월 말까지 내놓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앞으로 3년간 추가 발생하는 이익 잉여금의 30~50%를 배당 및 자사주 매입에 쓰기로 했다.
#. 하나금융투자는 현대자동차가 연말 배당금으로 주당 3100원을 책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현대차그룹 등 국내 대기업들이 주주들을 위해 곳간 문을 활짝 열었다. 예전처럼 빠른 성장 자체만으로 주주들과 투자자들의 마음을 얻기 힘들어지자 강력한 '주주친화정책'이란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특히 몇몇 대기업들은 '자사주 매입 후 주식 소각'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시장에 던진다. 이는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는 이유이기도 하다.
증권가는 올해 자사주 매입 규모가 10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한다.
◆ 엘리엇 요구, 삼성전자의 선택은
시장의 시선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입으로 향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29일이나 30일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의 제안 사항들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엘리엇의 자회사 블레이크 캐피털과 포터 캐피털은 삼성전자 이사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삼성전자에 대해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고, 각각 미국 나스닥에 상장시킬 것을 요구했다. 또 30조원 규모의 현금배당과 3명의 독립된 사외이사 자리를 만들라고 요구했다.
하나금융투자 오진원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은 소액주주, 대주주, 외국인 등에 모두 유리한 이슈지만 향후 재공시 정도의 유보적 스탠스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삼성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어 부담이 클 것이란데 근거한 것이다. 그는 "배당과 주주환원은 중장기적 차원에서 확대 플랜이 제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파격적인 배당 지급은 갤럭시노트 관련 충당금 적립, 하만 인수 관련 비용 등을 고려시 현실화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어규진 연구원은 "엘리엇이 주장한 삼성전자의 분할에 대해 언급이 있겠지만, 지주회사와 삼성물산의 합병이나 30조원 규모의 특별배당 등에 대해서는 언급이 있더라도 대략적인 방향성만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규모는 크지 않겠지만 이 부회장이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 카드를 써 주주들의 마음을 달랠것이란 관측이다.
현대차도 올해 지난해 수준 이상의 배당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7월 한 주당 1000원을 중간배당했다. 지난해 현대차는 중간배당과 결산배당으로 각각 주당 1000원, 3000원을 배당했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차는 올해 연말 3100원을 배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렇게 되면 3개월 동안의 기대 배당수익률은 보통주 2.2%, 우선주 3.0%로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HMC투자증권은 한국전력(예상 배당수익률4.6%), SK텔레콤(4.4%), NH투자증권(4.3%), 기업은행(3.8%), 우리은행(3.7%), GS(3.2%), 포스코(3.2%), 신한지주(3.1%), KT&G(3.0%) 등이 3.0% 이상의 배당수익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 자사주 매입은 강력한 주주 환원책
자사주를 사들이는 국내 기업들이 매년 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 말 까지 자기주식 취득(이익소각 포함)을 결정한 상장법인은 총 103개사였다. 이는 지난해 95개사보다 8곳이 늘어난 것이다. 이 중 유가증권 상장법인은 총 46개사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49개사 보다는 3개사가 줄었다. 코스닥 기업들은 57개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6개사보다 늘었다.
삼성전자는 주주환원 차원에서 지난해 10월부터 4회에 걸쳐 진행한 11조3000억원 규모의 특별자사주 매입 및 소각 프로그램을 완료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특별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통해 주가가 약 20% 상승하는 효과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코스피(KOSPI)는 0.2% 상승했다.
LG화학은 최근 증권가에서 미래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 박진수 부회장을 비롯한 최고 경영진들이 장내에서 회사 주식을 3963주를 매입했다
2017년 자본시장 이슈 중 하나도 '자사주 매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이후 적잖은 기업들이 '빅딜'(기업 및 사업)을 통해 기업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의 지배 구조 역시 복잡 다양해졌다.
전문가들은 2017년 한 해는 기업들이 흐트러진 지배구조를 다잡고, 공고히 하는데 힘을 쏟을 것으로 분석한다. 이 과정에서 적잖은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소각 등의 카드를 쓸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강력한 주주친화정책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소액주주를 내편으로 만들 수 있다. 대주주 입장에서도 소각한 만큼 총 주식수가 줄어드니, 지분율을 끌어 올릴 수도 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50대 그룹 오너일가의 주식자산 승계율은 32.7%다. 삼성그룹(43.4%)보다 낮다. 현대차(44.1%), LG그룹(23.6%), 한화(41.7%), 한진(24.3%), 금호아시아나(43.2%), GS(22.5%) 등도 갈 길이 멀다. 향후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그룹사들이 늘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갈수록 늘어나는 세금부담도 덜 수 있다. 현행법은 당기순이익의 일정 비율 이상을 배당, 투자, 임금 인상 등에 사용하지 않으면 미달액의 10%를 법인세로 추가 징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이 자사주 매입 후 1개월 이내 소각하는 경우 금융당국은 이를 배당으로 인정해 준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주식자산 승계율이 낮은 그룹 계열사와 잉여현금흐름이 많은 종목들의 자사주 매입이 늘어날 여지가 크다"면서 "2010년 이후 자사주 매입 증가가 미국 증시상승에 기여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은 배당보다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으로 꼽힌다"면서 "지배구조의 개선이라는 의미도 함께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2017년 이슈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