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팀 4년 만의 우승
내달 FIFA 클럽 월드컵 출전, 레알 마드리드와 맞대결 가능성
전북 현대가 10년 만에 아시아 정상을 탈환했다.
전북은 26일 오후 11시 25분(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알아인의 하자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알아인과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2차전에서 1-1로 비겼다.
지난 19일 안방에서 가진 1차전을 2-1로 이긴 전북은 1·2차전 합계 1승 1무로 우승을 차지했다. 2006년 이후 10년 만에 밟은 아시아 정상이자 통산 2번째다.
전북은 2006년 AFC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5년 뒤인 2011년 결승에 오르며 아시아 정상을 노렸지만 승부차기 끝에 패하면서 우승 문턱에서 미끄러졌다. 2014년에는 16강, 지난해에는 8강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K리그 팀으로는 2012년 울산 현대 이후 4년 만의 정상 등극이다. 2013년 FC서울이 준우승에 그쳤고, 2014년에는 서울만이 4강까지 올랐다. 또 지난해에는 K리그 팀이 4강에도 오르지 못했다.
전북의 우승 탈환은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FC도쿄(일본)와 조별리그 1차전 홈 경기에서 2-1 승리를 거머쥐었지만, 이후 장쑤와 원정경기에서 2-3으로 패했다. 이어 최하위 빈즈엉(베트남)과 원정에서 2-3으로 또 한 번 패배의 쓴맛을 보며 조별리그 통과도 불투명해졌다. 이후 장쑤 쑤닝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비겨 16강에 간신히 올랐다.
다행히 전북은 차츰 안정적인 궤도로 올라섰다. 멜버른 빅토리(호주)와 치른 16강 1·2차전에서 합계 3-2로 승리했고, 8강에서 상강(중국)을 합계 5-0으로 완파했다. FC서울과의 4강에서는 1차전에서 4-1로 대파하며 일찌감치 결승행을 예약했고, 알아인과 결승 1차전에서는 2-1 역전승을 펼쳤다.
이후 2차전에서는 마침내 승리하며 정상에 등극, 아시아 정상이라는 올해 목표를 달성했다.
알아인과 결승 2차전은 중동의 텃세와 편파 판정이 이어지는 등 만만치 않은 경기였다. 그러나 전북은 쉽게 꺾이지 않았다.
이날 최강희 감독은 공격수 이동국을 최전방 원톱으로 내세웠고, 경고 누적으로 1차전에 결장했던 조성환은 김형일과 중앙 수비를 맡았다.
알아인은 1차전에서 모습을 볼 수 없던 브라질 출신 공격수 더글라스를 선발로 내보내며 공격 축구를 예고했다.
전북은 쉽지 않은 전반전을 이어나갔다. 전반 2분 로페즈가 상대 팀 수비수의 깊은 태클로 왼쪽 무릎 인대를 다쳐 아웃되면서 한교원이 급히 교체 투입됐다. 알아인은 초반부터 더글라스, 오마르, 아스프리야를 앞세워 매섭게 몰아쳤다.
그러나 로페즈의 부상 교체가 전화위복이 됐다. 전반 30분 코너킥 세트피스에서 이재성의 크로스를 한교원이 논스톱 오른발 슛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터뜨렸다.
알아인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전반 34분 이명주가 카이우의 패스를 동점골로 연결했다. 7분 뒤인 전반 41분 전북은 수비수 김형일의 실책에 이은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허용, 또 한 번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더글라스가 실축하며 1-1로 전반을 마쳤다.
치열한 접전이 이어지던 전반 막판, 벤치 분위기도 험악했다. 박충균 전북 코치와 달리치 알아인 감독은 설전을 벌이다 동반 퇴장을 당했다.
후반도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다. 알아인은 후반 26분 왼쪽 풀백을 빼고 오마르의 친형 모하메드 압둘라흐만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여러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골키퍼 권순태의 선방이 이어졌고, 전북은 결국 알아인의 맹공을 막아내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최강희 감독은 우승 직후 "5년 전 홈에서 알 사드에 우승을 내줘 4만 명 이상의 팬들이 절망하는 모습을 봤다. 이후 AFC 챔피언스리그는 내게 엄청난 숙제였는데 우승해 행복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올 시즌은 매우 힘들었는데 큰 성원을 해주신 전북 팬에게 우승 트로피를 바치겠다"라고 덧붙였다.
전북은 다음달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일본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 출전한다. 1회전에서 북중미 대표 클럽 아메리카(멕시코)를 상대한다. 이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세계적 명문팀 레알 마드리드와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최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와 한번 붙어봐야 하지 않겠나. 챔피언스리그처럼 애절한 마음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홀가분한 마음으로 준비하면 의외의 성적도 거둘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편 전북은 ACL 우승으로 300만 달러(약 35억 원)의 상금을 차지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클럽월드컵 상금도 엄청나다. 우승팀에게는 500만 달러(약 59억 원)을, 최하위팀에게는 50만 달러(약 6억 원)가 주어진다. 따라서 전북은 ACL 우승과 클럽월드컵 참가만으로 최소 400만 달러를 확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