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첫날부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아르헨티나를 방문하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미국 없는 TPP는 의미가 없다"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는 21일(현지시간) 내놓은 영상 메시지에서 "우리 법을 바로 세우고 일자리를 되찾기 위해 취임 첫날 할 수 있는 행정 조치 목록을 만들라고 정권인수팀에 요청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무역 분야에서는 우리나라에 '잠재적 재앙'인 TPP에서 탈퇴하겠다는 뜻을 밝힐 것"이라며 "대신 미국에 일자리와 산업을 돌려줄 공정한 양자 무역 협정을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대선 유세 기간 TPP 탈퇴를 공언했다.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도 TPP 폐기를 취임 100일 내 우선 과제로 적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도 TPP에 대한 의회 비준을 추진하지 않고 트럼프 행정부 손에 맡기기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 회귀' 전략으로 만든 TPP는 미국과 뉴질랜드·싱가포르·칠레·브루나이·말레이시아·베트남·페루·호주·멕시코·캐나다·일본 등 12개국이 회원국이다.
그는 "내 국정 과제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라는 핵심 원칙을 바탕으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강철을 생산하든 차를 생산하든 병을 치료하든, 다음 세대에는 우리의 위대한 조국인 미국에서 생산과 혁신이 이루어지기를 원한다"며 "그로 인해 미국 노동자들을 위한 부와 일자리가 만들어 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애국자'들로 구성된 내각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에너지·규제·국가안보·이민·공직윤리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에너지 분야에 대해 "셰일가스와 청정 석탄 분야를 포함, 미국의 에너지 생산 관련 일자리를 없애는 규제들을 철폐해 고소득 일자리 수백만 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규제에 대해서는 "새 규제 하나를 만들면 기존 규제 두 건을 반드시 철폐한다는 원칙을 세우겠다"고 제시했다.
안보와 관련해서는 "사이버 공격을 포함해 모든 형태의 공격으로부터 미국의 핵심 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한 종합 계획을 짜라고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민에 대한 강경한 입장도 재확인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근로자들을 무력화하는 모든 비자 프로그램 악용 사례를 조사하라고 노동부에 지시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워싱턴 오물 빼기(Drain the Swamp)' 계획의 하나로 공직자들이 행정부를 떠나고 5년간 로비스트로 활동할 수 없도록 막고, 외국 정부를 돕는 로비 활동은 평생 금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대표 공약 중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폐지와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는 방안은 빠졌다. 중국산 제품에 45% 관세를 부과한다는 공약도 수정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 방위에서 한 발 빼겠다는 공약에 대해서도 한층 자세를 누그러트리고 있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은 "조만간 더 많은 업데이트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혀 추후 여러 정책을 밝힐 가능성을 열어놨다.
한편 TPP 회원국인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아르헨티나 방문 중 트럼프의 이같은 발표를 듣고 기자들에게 "미국 없는 TPP는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