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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웃겨서 슬픈 대학생 촛불 행진



지난 15일 밤 8시. 피트니스 센터 전단지를 나눠주는 권모(28)씨의 분주하던 손이 느려진다. 그는 촛불을 들고 행진하는 또래의 모습에 시선을 빼앗겼다. 긴 행렬의 한가운데에선 장대 위에 걸린 말 머리가 닭 인형을 입에 물고 고개를 까닥이고 있었다. 말가면이 앞뒤로 흔들릴 때마다 목에 걸린 금메달이 찰랑거렸다.

이날 대학생들은 서울 강남과 신촌, 청량리와 대학로에서 동시다발 시위를 벌였다. 촛불 행진을 기획한 '숨은주권찾기'는 지난달 30일 서울대 커뮤니티 '스누 라이프'에 적힌 글을 참고해 만든 모임이다. 이 학교 의경 출신 공대생은 게시판에 "1987년 6월 민중항쟁 때 서울 시내를 거닐던 시위대는 밝은 햇살 아래 움직였다"며 "시위대가 청와대가 아닌 민중을 향해야 한다"고 적었다. 최현일씨가 댓글에 4개 지역의 행진 경로를 올렸고, 학생 40여명이 모였다.

이날 스태프로 참여한 안정미(22·여)씨는 "시위 경험이 없는 친구들끼리 모여 걱정이 많았다"며 웃었다. 평소 거리에서 무언가를 외쳐본 적 없는 이들은 행진 초반에 목소리도 작고 멋쩍은듯 웃기도 했다. 그러나 신논현역을 다다를때쯤 악을 쓰기 시작했다. 어지러운 시국을 생각해서 나왔고, 하고 싶은 말을 외치다 보니 감정이 복받친 것이다. 첫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천안 아산에서 상경한 호서대 학생 정효원(19)씨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구호를 외칠 때마다 눈물이 났어요." 정씨는 기회가 생기면 다시 오겠다고 했다.

이렇듯 말에게 닭을 물린 풍자 뒤에는 뜨거운 분노가 이글거리고 있다. 청춘은 어른들이 말하는 노력과 열정의 실체를 배신으로 받아들였다.

졸업을 앞둔 한 대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부모가 누군가와 친하다는 이유로 대학에 쉽게 가는 사회에서 졸업한 뒤에는, 누군가와 친해서 입사하고 쉽게 승진하는 사회로 나가게 된다." 일부 어른들이 말하는 '요즘 애들'의 열정 부족이, 사실은 원칙 부족의 다른 말이라는 뼈아픈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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