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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현장취재] 풍자의 장 촛불집회…"온 우주가 국민 돕는다"

12일 오후 10시 30분께 다다른 내자동 로터리의 경찰 차량에 '박근혜 퇴진'이 적힌 부적 스티커가 붙어 있다. 부적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특례 입학을 상징하는 말 그림이 둘러싸고 있다.



"온 우주가 돕는 것은 바로 국민입니다!"

12일 오후 9시 15분. 광화문 광장에 오른 사회자의 외침에 시민들이 환호로 답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 행사에서 했던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는 말을 풍자한 장면이다.

이어지는 무대에서 가수 이승환이 노래 '덩크슛'에 나오는 주문을 '하야하라 박근혜'로 바꿔 불렀다. 그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르지 못해 요즘 더 분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청와대가 비판적인 예술가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뉴스를 떠올리게 하는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설 정부 운영' 책임을 묻기 위한 촛불집회가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100만명(주최측 추산·경찰추산 26만명) 규모로 열렸다. 이날 서울역부터 내자동 로터리로 이어진 집회 현장을 가득채운 것은 촛불만이 아니었다. 집회 참가자와 경찰 간에는 큰 충돌이 없었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청소로 거리는 깨끗해졌다. 시민들은 곳곳에서 대통령과 최순실을 패러디하는 노래와 구호를 외쳤다.

화가 김철우(62)씨가 12일 내자동 로터리에서 '무당 로봇 퇴진하라'가 적힌 판자를 들고 있다./이범종 기자



◆웃음바다로 시작된 문화제

오후 8시 6분. 시청역 1번 출구부터 왕래가 힘들 정도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이때 시청앞 광장에서 애플 광고 음악은 나왔지만 패러디 영상의 화면은 나오지 않았다. 방송사고다. 1번 출구로 들어가는 데 성공하자 "20명 이상은 단체권을 역무실에서 발급받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반자동 걸음으로 30분 만에 세종문화회관에 다다르니 귀가하려는 시민들에게 "오른쪽 골목으로 한 블록만 돌아가 주시라"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시민들은 질서있게 오른쪽 골목으로 방향을 틀었다.

오후 9시가 되자 대학교 총학생회장 등이 무대에 올랐다. 서강대 총학생회장은 "박근혜 선배가 지난 2010년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이유는 '신뢰를 주는 정치인이기 때문'이었다"며 "그가 신뢰를 주는 정치인이냐"고 물었다. 사람들은 야유하며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화문의 입꼬리가 올라간 순간은 이때였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사회자가 "온 우주가 돕는 것은 바로 국민"이라고 말하자 광장이 웃음소리로 가득찼다.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이날 촛불 시위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돋보였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있다./이범종 기자



◆편의점에서 술잔 기울이며 일상으로

가수 이승환이 '물어본다'를 부르고 있는 9시 30분.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아이폰을 노트북에 꽂았다. 100만명 사이에서 핫스팟으로 인터넷을 켜려던 순수한 마음이 부끄러워졌다.

급히 찾아 들어간 카페에서 기사를 쓰고 나오니, 쓰레기를 줍는 시민들이 눈에 들어온다.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한 시민을 뒤로 한 채 내자동 로터리로 뛰었다.

시민과 경찰이 차벽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10시 30분. 화가 김철우(62)씨가 한복 입은 박 대통령을 배경으로 '무당 로봇 퇴진하라'가 적힌 판자를 들고 있었다. 대통령에게 하고픈 말을 물었다. "그건 제가 말 할게요." 김 씨와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아내 이현숙(59·여)씨는 "학원에 오는 예쁜 아이들이 개·돼지 취급받는 이 나라에 살고 싶지 않아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범종 기자



시위대 가운데는 배재고등학교 학생들도 있었다. 한 학생이 든 피켓에는 이은재 새누리당 의원이 "사퇴하세요"라고 외치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지난달 국정감사 때 이 의원이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에게 MS오피스를 공개입찰하지 않고 MS에서 구입했다며 "사퇴하세요"라고 외친 장면을 패러디한 것이다.

집회는 13일 자정에 마무리됐다. 사람들은 편의점과 벤치에 앉아 술잔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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