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 최순실(60)씨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최씨가 설립·운영을 주도하고 사유화한 의혹을 받는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금을 낸 기업을 전부 조사한다.
필요하면 기업 총수도 예외 없이 부른다는 방침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8일 기자들에게 "기업 출연금 의혹은 케이스마다 상황이 다르다"면서 "기금을 출연하게 된 배경도 전수조사를 해서 디테일을 맞춰봐야 한다"며 수사 계획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업들이 사실에 부합하게 얘기를 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총수도 불러 조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기업을 상대로 기부를 강요한 배경을 캐묻고 있다. 여러 기업 관계자도 조사를 받았다.
이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의 역할이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지원하는 대기업 총수 17명을 청와대로 불러 간담회를 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이들 중 7명과 별도 비공개 면담을 한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이에 검찰은 전담 조사팀을 만들어 간담회에 참석한 회사 등 모든 기업을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8일 오전 서초동 삼성 사옥과 한국마사회, 대한승마협회, 관계자 주거지 4곳 등 9군데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2시 현대차그룹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박모 부사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현대차그룹은 미르·K스포츠 재단 대기업 출연금 774억원 가운데 총 128억원을 냈다. 204억원을 낸 삼성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검찰은 현명관 한국마사회장의 자택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삼성그룹이 최씨의 딸 정유라(20)씨에게 35억원을 특혜 지원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시작했다.
삼성은 지난해 9∼10월께 최씨 모녀가 독일에 설립한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와 컨설팅 계약을 맺고 280만 유로(약 35억원)를 특혜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 자금은 현지에서 정씨의 말 구입·관리, 말 이동을 위한 특수차량 대여, 현지 승마 대회 참가 지원, 전지훈련 등에 쓰인것으로 전해졌다. 10억원대로 알려진 그랑프리 대회 우승마 '비타나V' 구입에도 사용됐다.
검찰은 두 가지를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 첫째는 최씨가 삼성으로부터 사업상 편의 등 청탁과 함께 자금을 지원받았는지 여부다. 둘째는 삼성의 또 다른 이면 지원이 있었는지 등이다.
마사회는 승마협회와 함께 2020년 도쿄올림픽 승마 지원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기관이다.
이 로드맵은 지난해 10월 작성됐다. 여기에는 협회가 마장마술 등 3개 종목에서 2020년 도쿄올림픽 유망주를 선발해 독일 전지훈련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삼성이 4년간 186억원의 후원금을 지원하는 안도 포함됐다고 알려졌다. 이 문서는 사실상 정유라씨 지원 이행안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