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혐의로 고발된 부영그룹이 '최순실 게이트' 관련 수사를 먼저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부영이 '세무조사 무마'를 대가로 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투자하려 했기 때문이다. 이 재단은 현 정부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씨가 실질적으로 지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부영은 지난해 12월께부터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의 특별 세무조사를 받았다. 이때 이중근 회장과 계열사인 부영주택의 법인세 포탈 혐의가 포착됐다.
최근 공개된 회의록에 따르면, 이 회장은 세무조사가 이어지던 지난 2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정현식 K스포츠 전 사무총장 등과 재단 출연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과 박모 재단 과장도 참석했다. 안 전 수석은 재단 출연에 깊이 관여한 의혹을 받는다. 박 과장은 최씨 측 인사로 꼽힌다. 당시 경제수석이었던 안 전 수석은 5달 뒤 정책조정수석으로 옮겼다.
당시 부영은 K스포츠재단에 3억원을 이미 낸 상태였다. 그러나 정 전 사무총장은 체육인재 육성사업 지원을 위해 70억∼80억원을 추가로 지원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이 회장은 돕겠다는 뜻을 보이면서 "저희가 현재 다소 부당한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며 "이 부분을 도와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요구했다.
회의 내용을 보고 받은 최씨는 '조건을 붙여 한다면 놔두라'고 지시해 부영의 기금 지원이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국세청은 캄보디아 등 해외 계열사를 동원한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해 지난 4월 이 회장과 부영주택을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부영이 국민주택 분양가를 부풀리는 등 수법으로 거액을 탈세한 게 아니냐는 첩보가 있었다. 그러나 국세청에 적발된 탈세 규모는 수십억원대였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배당됐다. 부영그룹을 내사했다는 얘기가 돌았던 곳이다. 이 때문에 탈세 외에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수사가 번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수사는 착수 6달이 지나도록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수1부는 부영 수사에 착수한 이후 터진 법조계 비리 사건을 떠맡았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특수1부는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최유정 변호사의 수임료 다툼으로 시작된 '법조 비리' 사건을 수사했다.
전관 출신 최유정, 홍만표 변호사가 잇따라 구속되고, 정 전 대표에게서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현직 부장판사가 9월 구속됐다.
특수1부 인력은 이제 최순실씨 의혹을 파헤치는 특별수사본부에 합류했다. 부영 수사가 사실상 멈춘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부영은 탈세보다 재단 출연금 관련 조사를 먼저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검찰은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 관련 조사 대상이 많아 전담팀을 두고 기업을 나눠 조사할 계획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