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사이의 인연법을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회자되는 얘기를 빌자면 부부의 인연은 오백생을 거쳐서 쌓은 인연이 아니면 부부가 되지 못한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연애결혼을 했든 중매결혼을 했든 부부가 된 뒤 서로를 원수같이 여기며 불행하게 지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부부가 악연으로 만나는 것도 아름다운 인연으로 만나는 것도 인연법의 결과이지만 신문지상에 회자되는 끔찍한 부부사이의 사건 사고들을 보자면 어쩜 날이 갈수록 흉흉한 일들만 일어나는지 답답하기 그지없다. 사실 이런 부부의 연은 우연이 아닌 전생부터의 인연법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해마다 바뀌어지는 운(運)에서 팔자를 대비하여보면 부부사이의 천간과 지지의 충살이 이중으로 겹쳐질 때는 부부싸움을 할 때 한 쪽이 져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치명적인 화를 겪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소지가 높다. 석가모니부처님 당시의 이야기다. 기원정사(祇園精舍)를 지어서 부처님께 기증한 사람으로 알려진 급고독장자(給孤獨長者)는 아들을 결혼시켰는데 그 며느리인 옥야는 뛰어난 미모뿐만 아니라 친정 또한 부자였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성정이 교만하여 남편을 업신여기고 시부모에게도 불손하게 대하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때로는 탁발을 나온 수행승을 놀려대기까지 할 정도로 방자하여 이를 보다 못한 시아버지 급고독장자는 부처님을 찾아뵙고 고민을 말씀드리게 되었다. 어느 날 부처님은 급고독장자의 집을 방문하게 되고 옥야를 보시며 조용하게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신다. "세상에는 일곱 종류의 아내가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는 남편이 열심히 벌어온 돈을 탕진해버리는 도둑과 같은 아내, 남편 이외의 남자와 사귀면서 남편을 죽이려고 하는 살인마와 같은 아내, 남편을 머슴처럼 지배하려 드는 주인같은 아내들이 있다. 이러한 아내들은 앞날에 무서운 과보를 받게 되는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반대로 자식을 사랑하듯이 정성껏 보살펴 주는 어머니와 같은 아내, 오빠를 따르듯이 순종하는 누이와 같은 아내, 제자가 잘못했을 때 그것을 지적하고 올바르게 충고해주는 친구같은 아내, 남편이 하는 일에 주인을 섬기듯 마음을 다하여 보필하는 하녀같은 아내들은 반드시 행복한 생활을 누릴 사람들이다. 그대는 앞으로 어떤 아내가 되고 싶은지 물어봐도 되겠느냐?"며 옥야에게 부드럽게 물으셨다. 이에 옥야는 그동안 오만하고 자만심을 부리던 자신을 참회하고 부끄러워하였고 부처님 가르침에 귀의하여 수다원과를 얻었다는 이야기가 옥야지경에 나온다. 우리는 어떤 종류의 아내이며 남편이 되고자하는지 생각해보자./김상회역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