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반성' 담은 혁신안 나란히 발표…조직 슬림화, 구조조정 부문 강화, 정책금융기능 제고 등 골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닮아도 너무 닮은 혁신안을 나란히 발표했다. 산은과 수은은 올 상반기 조선·해운업 부실 관리 책임으로 지난 6월 혁신 방향을 발표하면서 '환골탈태(換骨奪胎)'를 다짐한 바 있다.
그로부터 4개월. 두 은행은 10월 31일 혁신안에 '반성'을 담았다며 ▲조직 쇄신 ▲구조조정 역량 강화 ▲정책금융 기능 강화 등 비슷한 맥락의 쇄신안을 세부내용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눈에 띄는 혁신안이 없어 지난 6월에 제시한 추진방향을 '재탕'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 '산피아' 사라질까?
KDB산업은행은 이날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 7층 대회의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주요 혁신 과제로 ▲출자회사 관리체계 개편 ▲구조조정 역량 강화 ▲인사·조직운영 쇄신 ▲지배구조 개선 ▲중장기 미래정책금융 비전 추진 등을 제시했다.
앞서 산은은 이번 혁신안 도출을 위해 지난 8월 4일 김경수 성균관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KDB혁신위원회를 공식 출범한 후, 총 26회의 크고 작은 회의를 거쳐 혁신안을 도출했다.
우선 산은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피아(산업은행+마피아)' 논란이 일었던 바, 낙하산 인사를 사전에 철저히 예방한다는 방침이다. 산은 임직원은 산은이 채권단으로 참여하는 구조조정에 대한 상근·비상근직 재취업을 전면 금지된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기업 재취업자수는 올 8월 16명에서 꾸준히 줄어 2019년 3월에는 0명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구조조정기업 경영진과 경영관리단 추천·관리체계도 강화한다. 구조조정기업의 경영진 추천 시 전문성 있는 인사가 선정될 수 있는 후보추천·검증체계 구축해 낙하산 논란을 방지한다는 의도다.
자구노력으로는 조직 슬림화에 방점을 뒀다. 산은은 현 정원(3193명)의 10%를 오는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감축할 예정이다. 또 임원의 올해 연봉을 전년 대비 5% 삭감하고 내년에도 연봉을 추가로 반납하는 등의 방법으로 351억원 가량을 줄이기로 했다. 아울러 점포 축소 등 예산 절감 등을 포함해 총 400억원의 비용을 줄이기로 했다.
이 밖에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자본확충펀드의 사용은 최소화하고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해선 여신심사·분석 시스템을 전면 개편할 계획이다.
이대현 수석부행장은 "이번 혁신안은 반성 모드로 시작하면서 '재발방지'와 '기득권 포기'를 기본 틀로 잡았다"라며 "전임 수석부행장과 두 명의 부행장이 조기 용퇴한 만큼 새로 태어나기 위한 실천 의지로 혁신과 변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주하 한국수출입은행 경영혁신위원장(왼쪽)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 본점에서 리스크관리 강화 및 철저한 자구노력 이행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수출입은행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홍영표 수출입은행 전무./수출입은행
◆수출입은행, '40년 만의 적자' 어떻게?
같은 날 수은도 여의도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부실여신 재발방지 ▲고통분담을 위한 자구노력 ▲정책금융 기능 제고 등이 담긴 혁신안을 발표했다. 40년 만에 첫 적자를 낸 수은은 부실여신 재발 방지에 힘쓴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수은은 리스크관리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신용공여한도(동일인/동일차주)를 기존 60%/80%에서 40%/50%까지 축소해 나갈 계획이다.
고통분담 차원의 자구노력에는 부행장 8명 축소, 해외사무소 10% 축소, 팀장급 이상 관리자수 10% 감축, 내년 예산 3% 감축 등이 포함됐다. 이는 지난 6월 발표한 자구계획인 2본부 축소, 정원 5% 감축, 임원 연봉삭감 등에 추가된 내용이다.
수은은 이 밖에도 구조조정 담당 조직을 강화하고 내·외부 구조조정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을 설치하는 등 구조조정 업무도 강화한다. 또 수출금융과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으로 분리된 사업개발 담당 부서를 통합해 '신시장개척단'을 신설하는 등 정책금융 기능도 높일 방침이다.
홍영표 수은 전무이사는 "이번 혁신안은 반성으로부터 시작됐다"라며 "혁신안을 통해 국민에게 신뢰를 회복하고 국가 경제 발전에 다시 기여할 수 있는 국책금융기관으로서 거듭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은의 혁신안 발표 직후 박용진 의원은 "이번 산은 혁신안에는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단 사안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라며 "강도 높은 혁신안을 발표하고는 여론이 자잠해지자 유야무야 넘어가려고 재탕발표한 것은 아닌지 의혹이 든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