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검찰의 압수수색에 협조하고 있지만, 사무실 진입을 거부한 채 자료만 제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 비서관 10명에게 일괄 사표을 지시한 다음날인 지난 29일 검찰은 청와대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검찰은 이날 오후 2시께 청와대를 찾아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부속비서관 등의 압수수색영장 집행에 나섰다. 그러나 청와대는 "법률상 임의제출이 원칙"이라며 수사팀의 사무실 진입을 막았다.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 등을 압수 수색 하려면 감독관청의 승낙을 받아야 한다는 형사소송법이 근거였다.
청와대는 검찰과 협의해 제3의 장소인 연무대에서 검찰의 요구 자료를 내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은 30일 오전 10시 안 비서관과 정 비서관 등의 사무실 압수수색을 재차 시도했다. 전날 청와대가 제출한 자료가 미진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안 수석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800억원대 기금 모금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정 비서관은 '청와대 문고리 3인방' 가운데 한 명으로 최 씨에게 박 대통령 연설문을 비롯해 청와대 기밀 문건을 대량 전달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그러나 검찰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요청 자료를 경내 연무관에서 임의 제출받는 식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청와대가 이틀째 내민 '불승인 사유서' 때문이다. 같은 날 오후에는 청와대 협조로 상당량의 입수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 관계자는 "청와대가 검찰 압수수색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상자 7개 이상 분량의 압수물을 제출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검찰이 요구한 압수물을 적극 제출하겠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여론의 압박에 밀려 검찰 압수수색에 협조하는 쪽으로 입장을 전환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검찰은 여전히 안 비서관과 정 비서관의 사무실에 진입하지 못하고 연무관에서 자료를 임의제출 받았다.
형사소송법 제111조(공무상비밀과 압수)에 따르면, 공무원이 소지·보관하는 물건에 관해 본인 또는 해당 공무소가 직무상의 비밀에 관한 것임을 신고한 때에는 그 소속 공무소의 승낙 없이는 압수하지 못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 받을 사람들이 문 잠그고 '내가 주는 증거만 받으라'고 하는 상황"이라며 "지금이야말로 '성역 없는 수사'가 무엇인지 보여줄 때"라고 말했다.
이틀 동안 검찰과 청와대는 신경전을 벌여왔다. 표면상 협조적이던 29일 첫 압수수색은 청와대 경내로 들어가려는 검찰의 시도로 양측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은 "수긍할 수 없는 조치"라며 "영장이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반발하면서 두 시간 이상 청와대와 대치하다가 이날 오후 9시를 넘겨 철수했다.
한편, 30일 오전 최순실 씨가 귀국함에 따라 최 씨의 검찰 출석 일정에 대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최씨의 소환 일정에 대해 "필요한 시점에 부르겠다"고 밝혔다.
'긴급체포 등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정치권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수사에도 절차가 있다"며 당장 긴급한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또 일각의 증거인멸 또는 말맞추기 의혹과 관련해선 "이미 우리가 상당 부분 조사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최씨의 최측근 가운데 하나인 고영태 씨를 재차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고씨는 27일 밤 검찰에 자진 출석해 2박 3일간 조사를 받고 전날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