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 타개를 위해 처음으로 국채 발행에 나선 사우디아라비아가 175억 달러(약 20조원) 조달에 성공하며 신흥국 국채 발행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회복세로 돌아서는 등 사우디의 경제여건이 밝아져 투자자가 몰려든 결과다. 특히 아시아 지역의 연기금과 보험사들이 대거 몰려든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가 국제적인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외신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사우디는 5년물, 10년물, 30년물 국채를 미국 국채보다 살짝 높은 수익률로 국제 채권시장에 내놨다. 5년물은 2.60%, 10년물은 3.41%, 30년물은 4.63% 수준이다. 이를 사기 위해 679억 달러의 자금이 몰려들며 사우디는 예상했던 100억 달러 규모를 훌쩍 넘는 판매 실적을 올렸다. 지난 4월 아르헨티나가 세운 165억 달러를 깨고 신흥국 사상 최고기록을 세운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우디의 첫 국채발행을 분명한 성공으로 평가하며 이후 사우디가 국제 채권시장에서 계속 국채 판매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 채권시장에서 새로운 투자처가 생겨난 것이다.
선진국들의 국채에서 나는 수익이 계속해 낮은 수준에 머무르면서 올해 신흥국의 국채는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사우디에 앞서 아르헨티나, 카타르, 터키, 멕시코 등이 상당한 규모의 국채를 파는데 성공했다.
스탠더드 라이프 인베스트먼트의 리처드 하우스는 FT에 "사우디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신흥국들이 올해 국채 발행에 성공했다"며 "국제 투자자들은 아직도 수익률에 목말라 있다"고 말했다.
물론 신흥국 중에서도 사우디의 인기가 높다. 시장에서는 특히 아시아 지역의 연기금과 보험사들이 사우디의 장기 국채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 투자자는 FT에 "사우디는 하나의 거대한 오일 회사라고 보면 된다"며 "많은 투자매니저들이 앞으로 사우디로 투자금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저유가의 장기화로 지난해 사상 첫 재정적자를 기록한 사우디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일부 상장도 추진 중이다. 사우디는 국채 발행과 아람코 상장을 통해 재정난을 해소하는 한편 석유의존경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경제개혁도 단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