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증시 올해 '최악의 외국인 엑소더스' 위기…9월까지 67조 순유출
한국시간으로 20일, 미국시간으로 19일은 기록적인 미 증시 폭락(다우지수 22.6% 폭락)이 있었던 '블랙먼데이' 29주년이 되는 날이다. 일각에서 블랙먼데이 재현설이 돌고 있지만 말 그대로 그냥 '설(說)'일 뿐이다. 하지만 일본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올해가 29년 전보다 더한 '최악의 외국인 엑소더스'의 해가 될 지 모르기 때문이다.
19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일본증시에서는 9월까지 약 66조6000억원 규모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는 블랙먼데이가 있어났던 1987년 한해 동안 빠져나간 77조7000억원보다 조금 못 미치는 규모다. 하지만 당시 1~9월까지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 44조3000억원은 이미 넘어섰다. 남은 석달을 감안하면 올해가 최악의 엑소더스로 기록될지 모를 일이다. 적어도 블랙먼데이 이래 최악임은 분명하다.
이에 대해 UBS 도쿄 자산관리팀의 이바야시 토루는 블룸버그에 "올해 벌어지고 있는 이같은 상황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아베노믹스(아베 정권의 경기부양정책)에 얼마나 심각하게, 그리고 깊이 실망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아베노믹스는 마이너스 금리 도입과 무제한 양적완화로 경기부양에 나섰지만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 엔화의 가치는 달러 대비 16%가 급등해 주요 아시아통화 중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이는 일본 주요 수출 업종에 직격타가 됐다. 일본 내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엔고 압박에 속속 순익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일본의 일반국민들은 낮은 실업율로 인해 아베 정권에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아베노믹스에 대한 신뢰를 버린 상황. 픽텍자산운용 일본투자 부문팀장인 마쓰모토 히로시는 "동료들에게 장기투자를 권하고 있지만 적기가 아니라는 말을 듣고 있다"며 "사람들은 충분한 확신이 없어 일본 증시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아시아 신흥시장 등 다른 자산에 투자하는게 낫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앞서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일본은행이 통화정책의 틀을 이제까지의 공급량 관리에서 금리 관리로 전환하고 인플레 초과 달성을 발표했지만 엔고 현상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며 "구체적인 경기 회복 전망이 나오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1987년 일본 상황은 현재와 유사했다. 미국 등에 대한 무역흑자가 급증하자 1985년 일본은 '플라자 합의'(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영국 재무장관이 뉴욕 플라자 호텔에서 외환시장 개입에 의한 달러화 강세 시정에 합의)에 동참해야 했다. 이로 인한 엔고 현상으로 일본의 수출경제는 타격을 입었고, 이어진 블랙먼데이 사태에 금리 인하를 단행, 그 결과 부동산·주식시장에 버블이 발생했다. 결국 90년대 버블 붕괴에 따른 '잃어버린 10년'의 원인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