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대구MBC 12층 ㈜위드리치 사무실. 윤준호 대표는 회사를 나서며 9년 전 일을 떠올렸다. "고객님, 지금은 펀드에 가입하지 마시고 신문을 읽으셔야 합니다."
윤 대표는 서울로 가는 기차에서 고객 파일 하나를 꺼내 읽었다.
"선생님, 그래도 3000만원은 힘들겠는데요."
서울스퀘어에는 천원만씨(가명)와 오지혜 올리치컴퍼니 대표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오지혜: 지난번에 알려준 방법으로 쓸데없는 지출을 없애고, 투자 해야 돼요.
천원만: 어디에 투자해야 맥북(MacBook)을 살 수 있을까요.
지혜: 무작정 투자했다간 지금까지 회사 다닌 이유가 사라질 걸요.
윤준호: 우선, 신문으로 경제 읽는 힘을 길러야 해요.
원만: 저는 경제면 기사를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경제·정치·문화면 함께 읽어라"
준호: 일단 신문 읽는 순서를 정합시다. A신문 가지고 있죠?.
원만: 출근길에 챙겼지요.
준호: 오늘부터 신문을 경제→정치→문화 순으로 읽으세요. 그리고 1년 뒤에는 정치와 문화면을 먼저 읽는 식으로 바꿔봐요.
원만: 이유를 모르겠어요.
준호: 경제면에는 각종 호재가 나옵니다. 그 내용이 정치와 문화에 어떻게 연계되는지 보이게 될 거예요. 내공이 쌓이면 상상력이 생겨요. 정치와 문화가 어떻게 경제에 영향을 줄 지.
원만: 그런데 A신문 1면에 있는 화살표 네 개는 뭔가요?. 왜 매일같이 보여주는거죠?
지혜: 기초부터 보죠. 금리 먼저 알려줄게요. 이번달에 은행에서 이자를 얼마나 줬나요?
원만: 196원이오. 동네 슈퍼마켓에서 초콜릿 하나를 사먹을 수 있죠. 4원만 보태면 두 개인데….
지혜: 금리는 원금에 대한 이자의 비율이에요. 돈의 흐름을 결정하는 힘이죠. 요즘 뉴스에 '초저금리 시대'라는 표현이 많죠. 그만큼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커요.
원만: 종류가 많은가요.
◆기준금리 내린 이유 '소비·투자 촉진'
지혜: 두 가지. 시장금리와 정책금리로 나뉘어요. 시장금리는 말 그대로 시장이 결정해요. 은행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여기 들어가죠. 금리도 수요 공급의 법칙을 따라요. 돈의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면 금리가 오르고, 반대면 내려가죠.
원만: 그럼 정책금리는 정부가 결정하나요?
지혜: 정부나 중앙은행에서 결정해요.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가 대표적이죠. 한국은행이 한 달에 한 번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국내외 경제 상황과 물가를 고려해서 기준금리를 정하는거예요.
준호: 기초 훈련을 해봅시다. 지금 기준금리는 1.25%인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향은 무엇인가요?
원만: 예·적금으로 높은 금리 받기는 힘들겠네요. 차라리 돈 좀 쓰는 게 낫겠어요.
지혜: 그래요. 그런데 금리는 기업과 국가간 자금이동에도 영향을 줘요. 낮은 금리는 증시와 부동산에 호재예요. 싼 이자로 돈을 빌려 상가와 오피스텔 같은 수익형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할 수 있으니까요. 기업도 금융권에서 자금 조달하는 비용이 줄어들죠. 이 자금을 증시나 부동산,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거나 신규 채용에 쓸 수도 있어요. 그래서 한국은행은 경기 침체기에 가계와 기업의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려고 기준금리를 내리는거예요.
준호: 제가 외국계 은행 프라이빗 뱅커(PB)였던 2007년 이야기를 해 줄게요. 저에게 펀드 가입을 상담하러 온 사회 초년생이 있었어요. 그런데 돌려보냈죠.
원만: 왜죠?
준호: 시력 낮은 사람에게 도수 없는 안경을 내밀 순 없지요. 경제면에 나오는 용어와 지표의 뜻을 정리하라고 했어요. 하루 30분 신문 읽기는 기본이고요. 1년 동안 경제면에 자주 나오는 용어나 지표는 많아야 50개입니다. 1년 뒤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이 분이 다시 오셨어요. 우리는 세계 시장과 투자 대상 선정, 글로벌 자금 이동 방향 등을 이야기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