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밥캣이 증시 문턱에서 한 발을 뺐다.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의 '빅3' 로 꼽혔던 두산밥캣이 기업공개를 잠정 중단하면서 공모주 시장에도 한파가 예상된다.
특히 두산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다. 두산그룹은 이번 상장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면세점과 연료전지 등 신사업 투자를 위한 '실탄'을 마련한다는 복안이었다.
두산밥캣은 10일 오전 공시를 통해 "공모물량을 줄이는 등 공모구조를 조정해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상장을 재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공모물량이 많았던 점 등 몇 가지 시장 여건과 맞지 않은 요인들이 있었던 것 같다"며 "이를 감안해 공모물량 등을 시장 친화적인 구조로 조정해 IPO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시장 안팎에서는 두산밥캣의 이번 IPO 연기 원인으로 업계 평균보다 다소 높은 수준의 공모 희망가와 공모 물량 부담 등을 꼽고 있다.
당초 두산밥캣이 제시한 공모 희망가 범위는 주당 4만1000∼5만원으로, 올해 상반기 실적을 연 환산한 올해 예상 실적 대비 주가수익비율(PER) 18.1∼22.1배 수준이었다.
그러나 코스피 기계장비 업종의 올해 평균 예상 PER가 14배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다소 높은 수준이다.
대규모 공모물량도 오버행(대량 대기매물) 우려로 이어지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두산밥캣이 공모하려던 주식 수는 총 4898만1125주였다.
이런 가운데 지난 6∼7일 진행된 수요 예측에 참가한 기관 투자자 중 상당수가 희망 공모가 하단보다 낮은 금액을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밥캣의 상장은 희망적으로 봐도 빨라야 11월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두산그룹 계열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밥캣은 두산그룹을 재무위기로 몰아 넣은 곳이다. 두산은 49억 달러(당시 환율로 약 4조4585억 원)를 주고 밥캣을 인수하기 위해 39억 달러를 빌렸지만, 2008년부터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2008~2010년 1조2000억 원이 넘는 누적적자를 냈다. 이후 실적은 반등했지만, 지금껏 두산그룹의 발목을 잡아왔다.
두산그룹은 밥캣 상장으로 약 2년간 이어진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마무리 짓고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다.
김종선 두산밥캣 최고재무책임자(CFO·전무)는 지난 6일서울 63빌딩에서 언론 설명회를 열고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은 두산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나 두산엔진 등 계열사들은 당장 신용 강등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이길호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두산밥캣 상장은 두산그룹 신용도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변수"라며 수요예측에 주목했다. 그러나 밥캣의 IPO가 중단되면서 두산그룹 유동성 확충에도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두산엔진도 우려를 낳고 있다.
대신증권 전재천 연구원은 "두산밥캣 상장에 앞서 두산엔진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중 4.13%를 구주 매출하기로 결정해, 보유 지분 가치가 부각되고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