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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교육

구조조정 와중에 김영란법 '설상가상'…대학가 보신주의 바람



공직사회의 병폐였던 보신주의, 복지부동 문화가 대학가를 휩쓸고 있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과 동시다.

학령인구의 감소와 대학 구조조정의 위기 속에서 열심히 뛰어야할 교직원들의 보신주의는 대학의 생존에 또 다른 위기를 부르고 있다. 법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까닭에 개인의 보신주의를 탓할 수만도 없어 대학 측은 답답한 상황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여건이 열악한 대학들은 더욱 문제다. 이들은 생존을 위해 열심히 뛰는 수밖에 없다. 여건이 탄탄해 풍파에 시달리지 않는 명문대학들과는 사정이 다르다. 손발이 묶일 경우 대학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대학의 생존 여부에 그치지 않는다. 공직사회의 보신주의로 인한 피해가 국민에게 가듯 대학사회 보신주의는 학생이나 사회에 돌아갈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다.

◆대학 구조조정 와중에 김영란법 '설상가상'

김영란법 시행 이전 대학 교직원들은 대학 간 생존 경쟁에 몰려 분주하게 뛰어다녔다. 정부가 대학 구조조정을 위해 추진하는 각종 사업을 따내는 일부터 기업과의 산학협력, 학생들의 취업과 창업을 돕는 일까지 일거리가 끊이지 않았다. 여기에 입시철이 되면서 한 명의 학생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한 업무까지 겹쳤다. 모두 김영란법과 무관하지 않은 업무들이라 법이 시행될 경우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실제 김영란법 시행 일주일도 되기 전에 대학가에서는 신입생 유치 활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 법에 저촉될까봐 입시설명회나 교사 간담회, 세미나 등 입시철 단골행사들을 대폭 줄이다보니 대학에 따라서는 정원 미달 사태까지 우려하고 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불충분한 진학정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외 활동이 빈번할 수밖에 없는 기부금 모금이나 산학협력 업무 역시 김영란법 시행으로 위축이 불가피한 상황. 주거래 은행이 되기 위해 대학에 대규모 기부금이나 출연금을 내곤 했던 은행들의 행보에 제동이 걸리는 등 대학 재정난 조짐이 벌써부터 가시화되고 있다. 위크숍 등 산합협력을 위한 기업들과의 만남을 기피하는 일도 언제까지 이어질지 전망이 불투명하다.

◆학교는 절박…교직원은 '보신주의'

하지만 대학 교직원들 분위기는 차분하기만 하다. 학교 입장에서야 절박한 상황이지만 개인의 입장에서는 김영란법으로 인한 혼란이 사라질 때까지 굳이 무리해서 업무를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당장 시급한 현안만 먼저 처리하고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서울 소재 한 사립대 관계자는 "(부정청탁으로 지적된) 조기취업 학생들에게 학점을 주는 문제 정도만 (학칙 개정을 통해) 일단 해결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사립대 관계자는 "대학의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교수들이야 워낙 머리 좋은 분들 아니냐. 다들 알아서 몸을 사리고 있다"고 교내 분위기를 전했다. 전형적인 보신주의다.

이같은 보신주의는 김영란법의 결과물만은 아니다. 대학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대학 구조조정에 불만이 누적된 상태였다. 특히 사립대나 전문대 등은 힘 있는 이른바 명문대학들이 정부의 시책에 버티는 동안 자신들은 정부의 눈치를 보며 갖가지 사업에 앞장설 수밖에 없다는 불만이 컸다. 사실상 강제동원이라는 불만까지 나오는 중에 정부가 김영란법 시행으로 '숨을 돌릴 수 있는' 판을 깔아준 셈이다.

◆대학병원 보신주의에 환자만 신음

보신주의는 대학병원에서도 마찬가지다.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말까지 흡사하다. 한 국립대 의대 학과장은 "의사들이야 원래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아니냐. 문제 소지가 될 일은 미리 정리가 다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병원 내 청탁이라는 말 자체를 꺼내기가 어려운 분위기"라며 "오히려 청탁에 시달리지 않으니 편하고 좋다"고 했다. 인간관계에 묶여 청탁을 거절하기 곤란했는데 이제 딱 잘라 청탁을 거절할 수 있으니 좋아졌다는 것이다.

반면 병원을 찾는 환자 입장에서는 대학병원 의사는 더욱 '귀하신' 몸이 됐다. 그는 걱정할 사람은 의사가 아니라 약자인 환자라고 했다. 평범한 시민들이 대학병원 의사를 붙잡고 하소연하기가 더 힘들어졌다는 일각의 우려가 단순한 우려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기업, 강사난 유탄…교수활동 감시 우려도

물론 뜻하지 않은 유탄에 맞아 당황스러워 하는 이들도 있다. '스타 강연자'로 고액의 강연료를 받아 온 일부 국립대 교수들은 시간당 30만원이라는 제한에 강연을 나갈 의욕을 잃고 있다. 이로 인해 각종 행사가 많은 기업이나 단체에서는 '강사 구하기가 어렵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쓸만한 강연을 맡아온 이들이 대부분 저명한 교수라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사실상 사내 교육 프로그램이 실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외부 강연과 관련해서도 보신주의는 다시 문제다. 한 국립대 교수는 "단순히 강연료 액수의 문제가 아니다"며 "양벌주의 조항으로 인해 대학 측에서 교수의 외부활동을 속속들이 파악하게 될텐데 앞으로 악한 의도로 김영란법을 악용하는 일들이 수없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학에 대한 문제제기나 시국 관련 발언 등 소신발언이 불가능한 감시체제가 올 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는 "애초에 법으로 규제하는 게 말이 안되는 문제까지 김영란법이 손댔으니 당연히 올 수밖에 없는 부작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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