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성완종리스트' 사건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1심에서는 유죄를 인정했으나, 2심에서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관련 진술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 전 회장의 생전 인터뷰 녹취록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었다. 녹취록에서 성 전 회장은 이 전 총리의 금품 수수에 대해 진술했다.
그러나 서울고법 형사2부는 27일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금품을 공여했다는 성완종의 사망 전 인터뷰 가운데 이 전 총리에 관한 진술 부분이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증거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성 전 회장이 남긴 인터뷰 녹취록 전체의 증거능력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 전 총리에 대한 부분은 증거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취지다.
형사소송법상 증거는 오로지 법정에서 이뤄진 진술만 인정된다. 그러나 당사자가 사망한 사유 등으로 진술할 수 없는 경우에는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진술 또는 작성된 것이 증명된 때에 한해 관련 서류를 증거로 삼을 수 있다.
재판부는 당시 자원외교 비리와 관련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던 성 전 회장이 이 전 총리에 대해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성완종은 당시 자신에 대한 수사 배후가 피고인이라 생각하고 피고인에 대한 강한 배신과 분노의 감정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성 전 회장이 남긴 '리스트'에서 이 전 총리 이름 옆에만 공여액이 없다는 점도 문제삼았다. 재판부는 "성완종은 자살하면서 남긴 메모에 다른 사람들 이름 옆엔 금액을 기재했으나 피고인의 이름 옆에는 금액을 공란으로 뒀다"며 "당시는 성완종이 피고인을 매우 원망하던 시기로서 공여금액을 기억하고 있었다면 이를 공란으로 둘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경남기업 관계자들의 관련 진술들도 "공소사실을 입증하기엔 부족하다"며 "성완종의 진술을 제외한 나머지 각 증거능력이 있는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선고 직후 이 전 총리는 "이런 문제로 심려를 드려 국민께 대단히 죄송하다"면서도 "과도하고 무리한 검찰권 행사는 앞으로 자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2013년 4·24 재보궐 선거 당시 부여 선거사무소를 찾아온 성 전 회장에게서 현금 3000만원이 든 쇼핑백을 건네받은 혐의로 지난해 7월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성 전 회장을 만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성 전 회장이 사망 전 남긴 언론 인터뷰 등을 근거로 금품 전달이 사실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지난 1월 이 전 총리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성 전 회장의 전화 인터뷰 내용을 증거로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검찰은 선고 결과에 상고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성 전 회장의 생전 진술이 증거능력을 갖는지 여부는 대법원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