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이 선기를 잡았다.
지난 26일 오후 9시(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헴스테드의 호프스트라 대학에서 열린 미 대선 첫 TV토론에서 힐러리는 철저한 사전 준비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의 코를 납작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토론 직후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힐러리의 승리가 확인됐다.
시사 매거진 디애틀랜틱은 힐러리가 시종일관 침착함을 유지하며 트럼프에게 미끼를 던졌고, 트럼프는 냉정을 잃고 미끼를 물고 자멸,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고 90분간의 토론을 정리했다.
토론 내내 코를 훌쩍인 트럼프는 탈세 의혹에 대한 힐러리의 공격에 "덕분에 내가 더 똑똑해졌다"고 답했고, 주택난을 틈타 돈을 벌었다는 비판에도 "그런게 바로 사업"이라고 자랑하는 등 실책을 연발했다.
힐러리는 "이라크전에 반대했다"는 트럼프의 주장을 언론 보도를 증거로 제시하며 거짓임을 밝히며 치밀하게 준비한 공격이 위력을 발휘했다. 반면 트럼프는 힐러리가 국무장관 재직 시절 저지른 과오를 공격하려 했지만 산만하게 이슈만 넓혀나가다 힐러리로부터 "토론이 끝날 때까지 지금까지 일어났던 모든 일에 대해 비난받을 것 같은 느낌"이라고 반격을 당했다.
이 같은 토론을 목격한 미국 유권자들의 반응은 '힐러리가 승리했다'로 결론났다.
CBS방송이 수십명의 부동층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포커스그룹 인터뷰에서 '힐러리 승리'라고 답한 응답자는 16명, 트럼프는 6명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인터뷰 조사에서도 부동층 유권자들은 트럼프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CNN/ORC가 등록유권자 521명에게 물은 결과도 힐러리의 승리라고 답한 응답자가 62%, 트럼프 승리라는 응답자는 27%였다. NBC방송이 수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역시 힐러리 승리 응답이 59%에 달했다. 트럼프 승리 응답은 41%였다.
트럼프가 승리했다는 응답이 우세한 조사는 정치전문매체 더힐의 조사 정도에 그쳤다. 2만여명이 참여한 더힐 조사에서 트럼프 승리 응답은 48%, 힐러리 승리 응답은 46%였다.
한편 미 대선의 남은 두번의 TV토론은 10월 9일과 19일 실시된다. 이어 20일 가량이 지나면 대선 승부를 결정짓는 대의원 선거가 치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