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보험사기대응단 김동하 특별조사2팀장./채신화 기자
생계형 보험사기서 지능형·조직형으로 변모…기획조사로 미선수리비·차대번호 관리 제도 등 개선
보험사에서 돈을 타내기 위해 망치로 자신의 손가락을 내리쳐 뼈를 부러뜨리는 등의 생계형 범죄가 성행하던 때가 있었다. 불황 끝에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GDP(국내총생산)가 세계 11위까지 성장한 최근, 보험사기도 양상이 바뀌었다.
먹고 살만한 사람들도 고가의 외제차를 이용해 일확천금을 노리는 지능화·전문화된 사기가 증가한 것. 이에 금융감독원은 보험사기대응단을 신설해 '천태만상' 보험사기를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메트로신문은 자동차보험사기 기획조사의 주역인 김동하 보험사기대응단 특별조사2팀장을 만나봤다.
김동하 팀장은 "과거엔 먹고 살기 위해 자신의 신체를 잘라내는 사기 유형이 많았으나 최근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도 유흥비 마련 등을 위해 보험사기를 시도한다"며 "특히 고가의 외제차로 사고를 내고 고액의 보험금을 편취하는 등 지능화된 범죄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외제차 보험사기는 보험가입액 자체가 높기 때문에 살짝만 스쳐도 고액의 보험금이 나오는 것을 악용, 소위 '가성비가 좋다'며 사기를 치는 혐의자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이에 김 팀장은 지난 2014년 보험사기대응단에 합류하면서 외제차로 테마를 잡고 렌트비, 미선수리비 등 다양한 사기 유형에 대한 장기 기획조사를 실시했다.
그는 "혐의자들은 오래된 연식의 외제차를 싼 값에 사서 외관을 그럴 듯 하게 꾸민 후 일부러 접촉사고를 낸다"며 "상대방이 새 차인 줄 알고 겁을 먹으면 수리비조(미선수리비)로 현금을 받거나 보험사 측에 수리기간 중 과도한 렌트비를 요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기존엔 자동차 사고 시 보험사에서 가입자에게 동종차량을 제공해야 한다는 약관이 있었다. 동종차량이 없을 경우 렌트비를 요구할 수 있었는데, 고급 외제차인 벤츠의 경우 하루 렌트비가 50~100만원 정도로 고액이다. 보험사 측에선 수리기간이 길수록 지급해야 할 렌트비가 불어나기 때문에 합의조로 미선수리비를 주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김 팀장은 "기획조사 끝에 미선수리비는 현장에서 사고 정도를 확인한 다음 지급할 수 있도록, 렌트비는 동종차량에서 동급차량으로 제공 범위를 넓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고 말했다.
전손차량에 대한 보험사기도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전손차량은 수리비가 차량 가액을 뛰어넘는 자동차다. 자동차 보험 중 자차 보험은 차량 가액으로 가입할 수 있는데, 자차 보험에 가입한 차량이 사고 등으로 전손이 되면 보험가입금액 전체를 받을 수 있다.
김 팀장은 "자차 보험을 악용한 혐의자들은 보험사들이 차량 엔진에 붙어 있는 고유 넘버인 차대번호를 파악하지 못한다는 점을 알고 전손을 반복했다"며 "차가 전손되면 폐차를 하지 않고 외관을 손 본 뒤 차량 넘버만 바꿔서 다시 보험을 가입해 전손 처리하고 보험금을 타내는 수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런 방식으로 400만원짜리 외제차로 3억원 가량의 수리비를 받아낸 경우도 있다"며 "기획조사를 통해 보험사가 전손차량 차대번호를 비롯해 전손 처리 이력관리 조회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맹점을 개선했다"고 덧붙였다.
2014년부터 꾸준히 이어 온 기획조사의 결과는 제도 개선으로까지 이어졌다. 조사의 시작은 팀원들과의 '브레인스토밍'에서 나왔다. 아이디어를 내면 사건에 따라 전 보험사로 조사의 범위를 넓히거나 경찰과의 공조를 위해 경찰청을 드나들기도 했다.
보험사기가 점차 더 고도화될수록 단기 조사 보다는 장기 조사, 장기 조사보다는 수시 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금감원은 올해부터 보험가입내역 조회시스템 보강, 보험사기 상시감시시스템 도입, 보험사기 인지시스템 고도화 등 '3중 레이더망'을 가동 중이다.
김 팀장은 "보험사기 3중 레이더망은 얼리어닝 시스템(조기 경보 시스템)의 일환으로 보험사기를 상시 감시하는 모델을 만들자는 게 원 취지"라며 "이를 통해 8년여 만에 혐의자를 검거해 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오는 30일부터 시행되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에 대한 기대도 높다. 이 법은 보험사기행위에 대해 보험사기이득액에 따라 처벌을 가중하는 방식으로, 향후 보험사기 처벌이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김 팀장은 내다봤다.
끝으로 김 팀장은 보험사기 예방·대처법으로 자동차 사고 직후 현장에서 합의금을 요구하는 경우엔 보험처리를 보험사기가 의심되니 무조건 보험처리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보험 사기범에 대해서도 따끔한 한 마디를 남겼다. "보험사기, 결국 다 잡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