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에서 만취한 근로자가 상사의 아파트에 갔다가 베란다에서 추락사했다면 산업재해라고 법원이 판단했다. 사고의 원인인 음주가 업무의 연장인 회식 때 일어났다는 이유에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는 사고로 숨진 공기업 근로자 A씨의 아내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4년 7월 직장 동료들과 1·2차 회식에 참석한 뒤 상사 B씨의 아파트로 갔다. B씨가 만취한 A씨를 그냥 보내면 위험하다고 판단해서다.
다음날 새벽 B씨는 10층짜리 집 밖에서 '퍽' 소리가 나자 거실로 나왔다. 그는 곧 땅에 추락해 있는 A씨를 발견한다. A씨는 곧장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부검 결과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26%에 달했다. 경찰은 술에 취한 A씨가 발을 헛디뎌 B씨의 10층 집에서 추락했다고 결론내렸다.
이에 유족은 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 아래 진행된 회식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두 가지 이유로 유족의 손을 들어주었다. 첫째, A씨가 참석한 회식은 업무와 관련돼 있었다. 둘째, 당시 회식에서의 음주가 사고 원인이다.
재판부는 "회식이 사전에 공지됐고, A씨 상사가 회식 전 자신의 상관에게 구두로 회식 개최를 보고했다"며 "일부 다른 부서 직원도 참석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적인 업무에 관한 회식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고를 일으킨 일련의 사건들은 사적인 영역이 아니라 회식이라는 업무의 영역에서 비롯됐다"며 "회식이 이뤄진 시·공간을 벗어나 B씨의 집에서 사고가 벌어졌다는 이유만으로 회식과 사고의 인과관계가 단절됐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