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덩어리' 올림픽 유치 못한다는 로마 여시장
생활정치를 전면에 내세워 선거에 승리한 로마 최초의 여시장이 '부채 덩어리' 올림픽 유치에 반대하고 나섰다. 실속 없는 올림픽 유치는 무책임한 행위라며 쓰레기 문제 해결이 로마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것이다. 각종 행사 유치로 혈세를 낭비하는 우리나라 일부 지자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다.
21일(현지시간) USA투데이를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비르지니아 라지(38) 로마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재정 상황을 고려할 때 쓰레기를 치우기에도 벅찬 도시에서 (2024년 하계) 올림픽 유치를 추진한다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과거 올림픽을 개최한 도시들이 모두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며 "로마는 아직도 1960년 로마 올림픽 당시의 부채를 갚지 못했다"고 했다.
라지 시장은 지난 6월 선거에서 오성운동당 후보로 출마해 로마 사상 첫 여성시장이자 최연소 시장의 자리에 올랐다. 무명에 불과했던 라지 시장은 로마의 심각한 쓰레기 문제 해결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기득권을 쥔 정당 후보에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올림픽 유치 반대는 이미 선거 유세 과정에서 그가 밝힌 바 있다.
앞서 미국의 보스턴과 독일의 함부르크는 한발 먼저 재정난을 이유로 2024년 하계 올림픽 유치전에서 발을 뺀 바 있다. 라지 시장의 반대로 사실상 로마도 이 대열에 합류한 상태. 남은 곳은 프랑스 파리,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헝가리 부다페스트 세 곳이다.
초라해진 올림픽 유치전은 오늘날 올림픽의 위기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하계와 동계 올림픽을 불문하고 올림픽 유치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면서 올림픽 유치는 매력을 잃고 있다. 지난달 열린 리우 올림픽 준비를 위해 브라질은 120억 달러의 자금을 투자, 재정난을 불렀다. 이로 인해 주민들에게 필요한 인프라 시설이 늦어지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