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피해 구제 절차를 담은 일명 '신해철법'이 오는 11월말 시행된다. 이로써 의료사고로 숨지거나 심각한 장애를 입은 피해자가 의료분쟁 조정으로 피해를 구제받기 쉬워질 전망이다.
2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의 시행령과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다음달 30일까지 의견을 받는다. 시행일은 11월 30일이다.
이 법은 가수 신해철씨의 죽음 이후 의료사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해철법'으로도 불린다. 최근에는 의사가 축농증 환자를 수수하다 실수로 머리뼈에 구멍을 내 환자가 뇌출혈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드러나 이 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환자나 보호자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을 신청하면 병원과 의사 등 피신청인 동의 없이 조정절차가 자동으로 시작된다. 이는 환자가 의료사고로 사망하거나 1개월 이상 의식불명 상태에 놓이고,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장애등급 1등급 판정(자폐성 장애, 정신장애 제외)을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
지금까지는 피해자의 의료분쟁 조정 신청이 아무 소용 없었다. 피신청인이 거부하면 자동으로 각하됐기 때문이다.
의료중재원은 지난 2012년 4월 특수법인 형태로 세워진 독립적 준사법기관이다. 신속하고 공정하게 의료사고 피해를 구제하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조정결과는 법원 판결과 효력이 같다.
의료중재원에 따르면 의료분쟁 조정신청 건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691건이다. 2012년 의료중재원 출범 당시 예상한 연간 조정신청 건수는 6000건 이상이었다.
지난해 조정신청 건수 중에서 실제 의사와 병원 등 피신청인 동의로 조정절차에 들어간 경우는 735건이다. 조정 개시율은 43.5%였다.
치료결과별 조정 개시율을 보면 치료 중(47.3%), 치료종결(39.8%), 장애(38.3%), 사망(37.5%) 순이었다. 사망과 장애처럼 치료결과가 심각할수록 의료진의 동의로 분쟁조정을 열기가 쉽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의료중재원에서 피해를 구제받지 못한 사람들이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늘었다. 소비자원은 2014년 의료분쟁 조정 신청사건 806건 중 660건을 조정했다. 이 가운데 405건을 의사 과실로 인정해 소비자에게 배상 또는 환급하도록 결정했다. 이 중에서 251건의 조정이 성립됐다.
소비자원이 신속하게 의료사고 피해구제를 할 수 있는 이유는 법적 근거에 따라 곧바로 분쟁조정 절차를 시작할 수 있어서다. 소비자기본법은 피해구제 신청을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지체 없이 소비자분쟁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하도록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