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해설가로서 화려한 입담을 과시하며 한국 야구계 중심에 있었던 하일성(68)이 세상을 떠났다.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하일정은 8일 오전 7시56분께 송파구 삼전동의 자신이 운영하는 스카이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하일성은 숨지기 전 최근 사기 혐의로 피소된 것에 대해 억울하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부인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랑하다' '미안하다' 등의 내용이 담긴 메지시도 함께 작성했으나 부인에게 전송하지는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경찰은 하일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장에서 타살 혐의점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한편 가족과 지인을 상대로 하일성이 숨진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난 하일성은 성동고 시절 야구에 입문했고 경희대 체육학과에 야구 특기생으로 입학했다. 그러나 대학 재학 중 단체 생활에 잘 맞지 않다는 생각에 야구를 포기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체육 교사로 일했다.
야구해설가로 활동을 시작한 것은 1979년 동양방송 야구해설위원으로 방송계에 입문하면서부터다. 이어 1982년 KBS로 자리를 옮기면서 화려한 입담으로 주목을 받았다. '가장 유명한 해설자'로 불리며 오락 프로그램에도 자주 출연했다.
2002년 심근 경색으로 생사를 오가기도 했지만 건강을 되찾고 활발하게 방송 활동을 했다. 2006년 5월에는 해설위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KBO 사무총장에 선임되기도 했다. 한국 야구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신화를 일굴 때와 2009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준우승을 달성할 때 국가대표팀 단장 역할을 하며 황금기를 맞았다.
그러나 2007년 말 현대 유니콘스가 해체하고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가 현대를 인수해 재창단하는 과정에서 "일 처리가 깔끔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 등 KBO 사무총장 재임 기간에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2009년 3월 KBO 사무총장에서 물러난 하 총장은 다시 방송계로 돌아와 해설과 오락 프로그램 출연을 병행했다. 그러나 해설자로서 인기를 회복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사기 혐의에 휘말리기도 했다. 부산지검 형사4부는 지난 7월 '아는 사람 아들을 프로야구단에 입단시켜 달라'는 청탁과 함께 지인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사기)로 하일성을 불구속기소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있지도 않은 '강남 빌딩'을 내세워 돈을 빌리고 갚지 않은 혐의로 고소당했다. 당시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인에게서 3천만원을 빌리고 갚지 않은 혐의(사기)로 하일성을 불구속 입건해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 같은 달 하일성 소유의 경기도 양평 소재 전원주택 부지가 부채 등으로 법원 경매에 나오기도 했다.
경찰은 최근 하일성이 사기 등의 혐의로 피소된 것이 숨진 요인으로 작용했는지의 여부 등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