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왕 텐센트, '아시아 대장주' 등극…중국, 민간기업 시대 활짝
한때 국내 게임업체들의 꽁무니를 좇기에도 힘겨워했던 중국의 텐센트가 불과 10여년만에 아시아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우뚝 섰다. 민간기업인 텐센트는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직전까지 1위를 지켜온 차이나모바일을 비롯해 공상은행, 페트로차이나 등 중국의 거대한 국영기업들을 모두 제쳤다. 또 다른 민간기업인 알리바바도 시가총액 3위를 차지, 국영기업이 이끌어온 중국경제가 민간시대라는 새로운 전환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6일 배런스 아시아판에 따르면 전날 홍콩주식시장에서 텐센트의 주가가 3.7% 상승하면서 시가총액이 2558억 달러(약 282조7000억원)을 기록, 중국의 최대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을 제치고 아시아를 대표하는 주식, 즉 대장주(大將株)가 됐다. 텐센트는 동시에 애플과 알파벳(구글의 지주회사)과 함께 세계 10대 기업의 반열에도 올랐다.
10년전부터 아시아의 대장주 자리는 중국의 거대한 국영기업들인 차이나모바일, 공상은행, 페트로차이나 등의 전유물이었다. 민간기업으로서는 유일하게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가 그나마 1위를 차지할 기회를 엿보는 상황이었다. 이같은 판도는 거대 국영기업 중심으로 급성장해온 중국경제의 산물이었다. 일개 공학도였던 마화텅이 세운 텐센트가 쟁쟁한 국영기업들을 제친 것은 중국경제의 주역이 변화하고 있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인 중국의 새로운 현실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 텐센트의 성장사는 중국 경제의 변천사와 맞물려 있다. 텐센트는 불과 10여년까지만 해도 한국의 네이버에 못 미치는 작은 인터넷 회사에 불과했다. 게임산업에 뛰어들었을 때도 게임을 얻어내기 위해 한국의 게임개발사들을 따라다니며 사정을 해야했다. 그러던 텐센트는 메신저 서비스 QQ와 모바일 메신저 위챗이 연속 성공을 거두면서 급성장했고, 단기간에 세계 게임시장을 장악했다. 지난해 텐센트는 게임 매출 87억 달러를 포함, 총 매출이 158억 달러에 달했다. 이번 시가총액 1위 등극에도 게임 수입과 모바일 광고 수입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이는 중국이 더 이상 철강 등 굴뚝산업에 의존하지 않고도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게 됐다는 방증이라는 평가다. 현재 중국은 정보통신(IT)을 핵심으로 삼아 서비스산업 중심의 경제구조로 개혁을 추진 중이다. 텐센트와 알리바바와 같은 민간기업이 그 중심에 있다. 미즈호 증권의 수석 아시아 이코노미스트인 선지앙우앙씨는 "중국의 경제개혁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