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광주시 등 대형금고 올해 계약 만료, 텃밭지키기 전쟁…유치 위해 사회공현사업 등 주력
'지자체 금고'는 시·도·군 등 각 지방지치단체의 돈을 관리하는 금융기관을 말한다. 금고별로 적게는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수 십 조원의 재정을 맡는 만큼 금고지기를 노리는 은행이 많다. 특히 올해는 금고 계약 만료를 앞두고 각 지자체가 기존 은행의 프리미엄을 낮추는 시금고 조례 개정을 검토하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시장에선 저금리 지속으로 각 은행이 제시하는 약정 이자율에 따라 승패가 엇갈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결국 자존심을 건 '출혈경쟁'과 '실리' 사이에서 은행들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지자체 금고의 재계약 시즌이 돌아왔다. 보통 지자체 금고의 계약 기간은 3년 또는 4년. 계약 만료가 다가오면 기존의 금고지기가 텃밭을 지킬 수 있을 지 혹은 새로운 금고지기가 나올 지 관심이 쏠린다.
은행들은 사상 초저금리 시대에 금고 재정을 통해 마진을 내긴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자체를 대표하는 만큼 이미지 제고에 효과적인데다 연계영업을 창출할 수 있어 금고 유치전을 매년 이어가고 있다.
5일 지자체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올해 12월 31일 계약이 만료되는 '거물급' 지방자치단체 금고는 부산시·울산시·광주시·경기도·경상북도·경상남도 등이다.
이들 금고의 규모는 경기도가 18조원으로 가장 크고 이어 ▲부산시(11조원) ▲경북도(7조8000억원) ▲울산시(3조6746억원) ▲광주시(3조5629억원) ▲경남도(1조2000원) 등 총 45조2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단체는 지난 7·8월부터 시금고 재지정을 위해 은행 공모 공고를 실시한 후 은행권 설명회와 신청 접수를 받고 오는 11월께 금고 선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안팎에서는 규모가 가장 큰 경기도금고를 둘러싼 쟁탈전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경기도의 제1금고(일반회계·공기업특별회계·기금)는 NH농협은행, 제2금고(기타 특별회계)는 신한은행이 맡고 있다. 농협은 수원시를 제외한 도내 전 시·군의 금고를 운영 중인만큼 강력한 후보지만,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등도 각자의 장점을 내세우며 이번 경쟁에 참여하기 위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금고는 현재 부산은행이 제1금고를, KB국민은행이 제2금고를 맡고 있다. 부산에 영업기반을 둔만큼 부산은행의 입지가 강하지만 지난해 부산시의회가 부산은행의 시금고 약정 예금이자율이 타 지방보다 낮다며 불만을 제기하면서 재계약을 예측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특히 부산시금고는 2012년 평가 배점 관련해 농협은행과의 법정 공방까지 이어진 바 있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경북도는 지난달 금고 지정을 위한 사전 설명회를 하고 제안서를 받은 상태다. 현재 경북도금고의 1금고는 NH농협은행, 2금고는 대구은행이다. 농협은행은 경북 지역에서 23개 시·군에서 점포를 맡고 있으며, 대구은행은 도내 15개 시·군에서 점포를 갖고 있어 재계약의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울산시금고는 지난달 공개입찰 절차를 밟아 9월 말 금고를 지정할 예정이다. 경남은행이 1981년부터 35년여간 1금고를 운영해 오고 있으며, 2금고는 농협은행이 1995년부터 맡고 있다.
광주시금고의 1금고는 광주은행이 10년 이상 맡아오면서 이번 계약에서도 강력한 후보로 거론돼 왔다. 하지만 최근 광주시의회가 광주은행에 유리할 수 있는 평가 항목 비중을 축소하는 내용의 심의를 거치면서 이번에도 금고지기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신한은행, 농협은행, 우리은행 등도 광주시금고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도금고는 현재 1·2금고 모두 농협은행이 맡고 있다. 당초 2금고는 지역은행인 경남은행이 맡았으나, 현 BNK금융에 인수되면서 금고계약이 철회된 바 있다. 이번 계약에서는 안방을 되찾기 위해 치열한 유치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올해는 각 자치단체에서 시금고 지정과 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지방은행과 시중은행의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지역사회기여도 배점은 낮추고 은행의 건전성과 경영능력에 대한 배점을 높인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 기준'을 마련해 가이드라인을 전달했다.
특히 시와 협력사업을 평가할 때 기존 실적이 아니라 향후 계획만으로 평가하기로 하는 동시에 배점을 5점에서 4점으로 낮췄다. 기존 금고지기에게 유리할 수 있는 항목의 평가비중을 낮춘 것.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자체 금고는 마진 보다는 상징적 의미가 강하다"라며 "이번 가이드라인을 적용해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시중은행의 도전은 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