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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교육

[인터뷰-청학장학재단 육만수 이사장] 저금리 장학재단 위기 속 100년 이상 갈 재단을 꿈꾸다

육만수 청학장학재단 이사장 /손진영 기자



저금리 시대는 장학재단의 위기를 불렀다. 우리나라 장학재단은 법적 규제로 인해 보유자산의 금리에 재원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장학재단 상당수가 재정난의 늪에 빠진 와중에도 건실한 운영을 자랑하며 100년 이상 가는 미래를 꿈꾸는 장학재단이 있다. 육만수(68) 청학산업 대표이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청학장학재단이다. 지난주 육 이사장을 만나 저금리 시대를 이겨내는 비법을 들어봤다.

육 이사장은 인터뷰에서 "기본 재산 운영이익을 통해 장학금 재원을 마련하고 있는데 장학생이 졸업한 뒤에도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내실있게 운영해 교육청으로부터 모범적 장학재단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서울시 교육청 산하 장학재단 중 우리 재단만큼 알뜰히 하는 데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서울시 교육청 산하에는 900개 가량의 장학재단이 있다. 대부분 기본 자산이 5억원 미만이다. 청학장학재단은 25억원이 넘는 규모다. 종교단체, 종친회, 학술단체 등이나 법인이 직원 복지를 위해 설립한 재단이 아닌 순수하게 개인자격으로 설립한 장학재단이 이 정도 규모를 갖추기는 쉽지 않다. 서울시는 물론이고 전국적으로도 흔치 않은 경우다.

이는 우선 육 이사장이 2003년 재단 설립 이후 꾸준하게 사재를 헐어 기본자산을 출연한 결과다. 그는 5억원을 출연해 재단을 설립한 뒤로도 해마다 수억원을 출연하기를 거듭했다. 돈이 남아서 낸 게 아니다. 그는 "쓰고 싶은 것을 안쓰고 아낀 돈을 출연했다"며 "처음 출연했던 5억원도 몇 년 동안 아낀 돈을 모아서 마련한 것"이라고 했다. 또 "일년에 5000만원도 내고, 1억원도 내고, 십일조를 내듯이 기회가 될 때마다 출연하다보니 많은 액수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단의 자산을 50억원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육만수 청학장학재단 이사장 /손진영 기자



건실한 자산을 보유하게 된 또 다른 비결이 있다. 육 이사장은 "지난해 파주에 부동산을 하나 산 것이 정말 잘 샀다"며 "임대사업을 통해 연간 1억원 가량의 수익이 기대된다"고 했다. 이자수익에 의존해온 다른 장학재단들이 저금리 시대 들어 생존의 어려움에 처한 상황과 대비된다.

마지막 성공 비결로 알뜰한 재단 운영을 빼놓을 수 없다. 육 이사장은 "한 푼이라도 아끼면 장학금을 더 줄 수 있다"며 "재단 사무실을 따로 내지않고 얻어 쓰고, 차량을 두지 않아 사무국장은 일이 생기면 택시를 타고 다닌다"고 했다. 그는 "장학재단에 대한 현행법의 규제가 심해 현실적으로 우리 재단 이상의 운영시스템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재단을 알뜰하게 운영하는 방법 외에 달리 수가 없다"고 했다.

이렇게 아낀 돈으로 재단은 2004년부터 올해까지 매해 20명 내외의 고등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다. 선발된 학생들은 졸업 때까지 10분기에 걸쳐 총 450만원 가량을 지원받는다. 올해 선발된 13기 장학생까지 포함해 이제까지 지원한 장학금이 6억원을 넘었다.

육 이사장은 "뿌리 깊은 장학재단을 만들고 싶다. 내가 죽으면 사라지는 재단이 아니라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재단의 이사가 된다면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충분히 100년 이상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녹록지 않은 현실이다. 무엇보다 육 이사장의 꿈을 이어가야할 학생들에 대한 우려가 크다. 육 이사장은 "제가 어렸을 때는 장학금을 받는다는 게 영광이었다. 장학금을 받으면 얼마나 어깨에 힘을 주고 다녔냐"며 "하지만 지금은 국가와 사회로부터 많은 장학금이 지원된다. 장학금이 넘치다보니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아도 고마움을 모른다. 당연히 받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또 "장학금을 주는 사람보다 (자신이 받도록 힘써준) 장학담당 선생님이 더 우선"이라며 "재단을 처음 시작할 때 거창한 꿈을 꿨다. 아이들에게 부모와 같은 멘토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실망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육 이사장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는 "후회하지 않는다"며 "사람의 일생 중 가장 순수한 시기가 고등학생 시절이 아니냐. 장학생들이 커서 사회에 진출했을 때는 자신을 도와준 재단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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