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이 결국 법정관리 수순을 밟는다.
한진해운 채권단은 한진그룹의 자구노력이 미흡한 상황에서 추가로 자금지원을 할 경우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우려된다며 만장일치로 한진해운의 신규 자금 지원 요청을 거부했다.
한진해운 채권단은 30일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한진해운의 부족자금 지원 요청을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간 대내외적으로 견지해온 구조조정 원칙, 정상화에 대한 한진 측의 의지, 한진해운 경영상황과 정상화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최종적으로 한진 측의 제시안에 대해 수용이 불가하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오는 9월 4일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절차가 종료되면 자산 압류에 직면한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신청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진그룹은 지난 29일 대한항공이 4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고 조양호 회장 개인과 기타 한진 계열사가 1000억원을 추가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부족자금 조달방안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회계법인 추정 결과 부족자금은 1조원에서 1조3000억원에 이른다"며 "하지만 한진 측이 제시한 조달 자금은 4000~5000억원으로 부족자금의 30∼50%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해외 용선주와 해외 항만하역업체 등에 미납한 연체 대금이 6000억원에 달하는 가운데, 채권단이 신규 자금을 투입해봤자 해외 상거래 채무 상환에 사용하게 돼 그대로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채권단의 결정에 대해 한진 측은 "한진해운의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더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가더라도 한진그룹은 해운 산업의 재활을 위해 그룹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합병은 현재로선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 금융결제원에서 열린 은행권 공동 오픈 플랫폼 개통식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은) 정상과 부실이 섞여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이미 채권단에서 합병 가능성을 검토했고, 채권단은 합병에 현실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한편 한진해운 채권단이 만장일치로 신규 지원 불가 결정을 내리면서 한진해운 회사채 값과 주가가 폭락했다. 채권 시장에서 2011년 발행된 5년물 한진해운 회사채 71-2는 전날 대비 30%(1245원) 급락한 2905원에 장을 마쳤다. 같은 해 발행한 5년물 73-2와 2012년 발행된 5년물 76-2도 각각 29%, 28% 하락한 2800원, 2730원에 거래를 끝냈다. 연초 9000원~1만원선에 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3분의 1 토막이 난 셈이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회사채는 사실상 휴짓조각이 된다.
코스피에 상장된 한진해운 주가는 이날 오후 1시29분께 전날보다 24.16% 급락한 1240원에 거래가 정지됐다.
반면, 추가 지원 부담을 덜게 된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주가는 급등세로 마감했다. 한진칼은 5.85% 오른 1만9000원, 대주주인 대한항공은 6.87% 급등한 3만1100원에 장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