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차기 사무총장에 포르투칼 구테헤스 유력…러시아 몽니가 걸림돌
유엔난민기구 최고대표 시절의 안토니우 구테헤스(가운데)의 모습 /유엔 홈페이지
내년 1월 임기가 끝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후임으로 안토니우 구테헤스(67) 전 포르투칼 총리가 유력하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을 비롯한 외신들이 30일 전했다. 하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하나인 러시아가 동유럽 출신의 사무총장을 고집하고 있어 마지막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유엔 사무총장은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중 하나라도 반대하면 앉을 수 없는 자리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구테헤스 전 총리는 29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실시된 비공개 3차투표에서 5개 상임이사국과 10개 비상임이사국 가운데 11개국의 찬성표를 얻었다. 사무총장 비공개 투표 방식은 각 후보에 대해 이사국들이 '권장' '비권장' '의견 없음' 등의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그는 지난 7월의 1차 투표와 8월의 2차 투표에서도 같은 수준의 지지를 얻었다. 9월 마지막 투표만이 남아 있어 사실상 차기 사무총장 자리를 굳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차기 사무총장은 10월 확정된다.
문제는 러시아가 동유럽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구테헤스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와 친 러시아 성향의 이사국들은 당초 구테헤스에 '의견 없음'이라는 의견을 표명했지만 나중에 '비권장'으로 입장을 바꿨다. 서방 출신이라는 이유에서다. 러시아는 막바지에 경쟁에 뛰어든 미로슬라브 랴차크 슬로바키아 외교장관을 지지하고 있다. 랴차크 장관은 2차 투표에서 하위권이었지만 러시아의 지지에 힘입어 3차 투표에서 9표의 지지를 얻어 2위로 부상했다.
2차대전 전후 처리 와중에 탄생한 유엔은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 나라의 힘에 기초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사무총장의 자리는 상임이사국의 만장일치로 정해진다. 마지막까지 러시아가 반대한다면 구테헤스가 차기 사무총장 자리에 오를 수 없다는 의미다. 유엔 외교관은 가디언에 "러시아의 반대가 단지 전술적인 것인지 아니면 진실로 반대한다는 것인지가 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