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서별관 청문회' 산은·수은 임원 증인으로 참석…자본확충 과세특례법 개정·낙하산 방지법 추진
'기업금융의 지원군'으로 통하는 국책은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조선·해운업 대규모 부실대출로 수 조원대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을 떠안았다. 정부는 이례적 구조의 자본확충펀드를 출범하고 추경 편성안을 내놨다. 하지만 정치적 이견이 충돌하는 등 각종 걸림돌에 부딪혀 수습은 쉽지 않은 모양새다. 메트로신문은 위기를 겪고 있는 국책은행의 현 상황을 알아봤다.
국책은행의 조선·해운업 부실대출 수습을 두고 국회가 시끄럽다. 지난달에는 국책은행의 자본확충을 지원하고자 세법을 개정하고, 이달엔 부실의 싹을 자르기 위해 '낙하산 방지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20대 국회에서 뜨거운 감자인 '추경(추가경정예산안)' 논란도 끊이질 않는다. 정부는 지난달 추경을 통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총 1조4000억원의 현금출자안을 제시했다. 이에 야당은 추경안 처리 전제조건으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 개최를 촉구했다. 청문회를 통해 조선 산업이 왜 이런 상황을 맞았는지,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등의 문제를 파헤치겠다는 의도에서다.
◆ 추경 전제조건 '청문회' 주목
29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대우조선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들을 내달 8~9일 열릴 '조선·해운 구조조정 연석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했다.
증인으로 채택된 총 46명 가운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전·현직 경영인은 각각 9명, 5명 총 14명으로 청문회에선 대우조선해양 분식 회계 등 질문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논란의 중심에 선 홍기택 전 산은 회장을 비롯해 직전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강만수 전 은행장, 민유성 전 은행장 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홍 전 회장은 지난 6월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작년 말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와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일방적으로 대우조선 지원을 결정했다"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홍 전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한다면 대우조선 부실에 대한 정부와 대주주인 산은의 부실 감독, 낙하산 인사 등의 논란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홍 전 회장이 현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부총재직 휴직계를 내고 해외에 머물고 있어 청문회에 출석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강·민 전 은행장도 대우조선 비리와 관련해 출국금지를 당해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른 상태다.
대우조선과 STX조선해양 등의 지분을 보유한 수출입은행 역시 이덕훈 행장을 비롯해 홍용표 수석부행장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번 청문회가 추경 편성을 전제로 하는 만큼 국책은행은 좌불안석이다. 자본확충 방안 중 현물출자가 최선책이기 때문. 특히 수은의 경우 대우조선 여신을 '요주의'로 분류하면 최소 1조원 안팎의 충당금을 쌓아야하는 상황, 추경 편성이 무산되면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총자본비율을 9%대로 유지하는 것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법 만드는 국책은행?
국책은행 관계자들은 "추경이 자본확충방법 중 가장 좋은 방법"이라면서도 "만약 안 될 경우엔 코코본드나 최후의 보루인 자본확충펀드를 이용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자본확충펀드는 정부가 1조원 규모의 현물출자를 하고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해 만든 10조원 규모의 '마이너스 통장'으로 지난 6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을 위해 만든 국책은행 전용 펀드다.
국책은행의 자본확충 지원을 위해 세법까지 개정됐다. 지난달 개정된 세법에 따르면 산은과 수은이 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발행하는 코코본드 등을 사들여 운영하는 자본확충펀드 운영회사에 대한 법인세를 2021년 말까지 없애기로 했다.
하반기엔 이 같은 부실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장치'를 두기 위한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 법안이 일명 '낙하산 방지법'이다. 이달 박용진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0명은 국책은행 임원의 자격 요건을 더욱 엄격하게 규정하는 내용의 산업은행법·수출입은행법·중소기업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서 말하는 국책은행 임원의 자격은 ▲5년 이상의 금융회사 근무 경력 ▲금융 관련 분야 교수 ▲변호사나 공인회계사 ▲금융 관련 공공기관에서 7년 이상 근무 경력 등을 명시했다. 현행법에는 국책은행 임원의 자격 요건, 결격 사유, 전문성 요건이 규정돼 있지 않다. 국민의당도 같은 맥락에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공공기관 낙하산 방지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