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중국에 R&D 건립 왜?…중국 R&D 굴기에 동참
애플의 팀 쿡이 베이징에서 장가오리 중국 부총리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베이징을 찾은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중국에 연구개발(R&D)센터 건립을 약속했다고 중국과 미국 언론들이 17일 일제히 전했다.
CCTV와 블룸버그 등의 보도에 따르면 팀 쿡은 장가오리 중국 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올해 안에 R&D센터의 문을 열 것"이라며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현지 협력업체는 물론 대학과의 관계도 꾸준히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센터의 규모나 직원 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기존 연구시설의 인원들을 이곳에 모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미국에서 자율주행차, 증강현실(VR), 가상현실(AR) 연구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애플이 중국에 센터를 추가로 세우는 데에는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공통적인 해석은 중국시장에서 위기에 몰린 애플이 중국 정부에 잘 보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아이폰 매출에 의존하고 있는 애플은 중국시장에서 고전을 계속, 지난 분기에는 샤오미에도 밀리며 시장점유율 5위를 기록했다. 서비스 사업도 중국의 규제에 막혀 답보상태다. 지난 5월 중국 토종 차량공유업체인 디디에 1조원 넘게 투자했지만 중국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자 추가 선물 공세에 나섰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미국 이상의 R&D 메카로 급부상 중인 중국의 위상변화에 애플이 주목했다는 관측을 내놨다. 블룸버그는 OECD 최근 자료를 인용해 중국의 R&D 투자규모가 2008년 920억 달러에서 2013년 2430억 달러로 급증하며, 같은 기간 2040억 달러에서 2210억 달러로 소폭 증가한 미국을 제쳤다고 전했다.
중국은 여세를 몰아 완전히 미국을 압도하겠다고 나선 상태. 이달 5개년계획의 일환으로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의 2.5% 수준까지 R&D 투자를 늘리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목표는 '혁신의 발전소'가 돼 기술혁신을 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해외 연구기관이나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애플이 이같은 중국 정부의 행보에 적극 발을 맞췄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