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中 IT스타트업들…애플 쫓아낸 오포·비보, 테슬라 노리는 러에코
중국에서는 애플의 아이폰이 오포(Oppo)와 비보(Vivo)에 밀려나고, 제2의 테슬라를 노리는 러에코(LeEco)가 전기차 공장 설립에 나섰다. 오포와 비보, 러에코는 몇 년 사이에 급성장한 스타트업들이다. 이들은 기존 중국의 IT공룡들과 달리 해외진출에도 거침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만큼 기술력과 마케팅 전략이 받쳐주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최강자는 기술력의 화웨이도, 가격파괴의 대명사인 샤오미도 아니었다. 시장 점유율 14%의 오포와 12%의 비보 연합군이었다. 화웨이는 18%로 사실상 2위, 샤오미는 12%로 떨어지며 3위로 밀려났다. 애플은 6.4%로 샤오미에게도 뒤졌다.
오포와 비보, 두 업체는 사실 연합군이라기보다 하나의 회사나 마찬가지다. DVD플레이어와 MP3플레이어를 만들던 부부가오(BBK)가 스마트폰 제조사로 변신하면서 내놓은 브랜드들이기 때문이다.
원래 MP3 브랜드인 오포는 출범 10년만인 2011년 스마트폰 브랜드로 변신했다. 같은 해 새 스마트폰 브랜드인 비보도 탄생했다. 부부가오는 오포로는 저가폰 시장을 비보로는 프리미엄폰 시장을 공략했다. 거대 내수시장을 치밀하게 분석, 타깃별로 브랜드를 나눠도 승산이 충분하다는 계산이었다.
부부가오는 여기에 송중기와 슈퍼주니어를 모델로 내세우는 한류 마케팅과 전통적인 오프라인 매장 판매 전략을 추가했다. 그 결과 프리미엄폰 시장에서는 애플의 아이폰을, 저가폰 시장에서는 샤오미를 밀어냈다.
부부가오의 스마트폰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에 깔고, 기술력까지 높여가고 있다. 저가폰 브랜드인 오포마저 아이폰을 밀어낼 정도다. 외양마저 아이폰을 닮아 있어 중국 중산층이 주도한 아이폰 열풍에도 돈이 없어 아이폰을 사지 못했던 20대 서민층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게다가 아이폰 매장처럼 오프라인 매장을 지방도시부터 시작해 전국으로 확장해 나간 결과 브랜드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성공했다. 회사 소재지인 광동성에서 시작된 오포와 비보 열풍은 이제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로 퍼지고 있다. 통신판매를 앞세운 화웨이나 혁신적인 온라인 판매 전략으로 가격 파괴에 성공했던 샤오미를 능가한다.
이같은 오프라인 판매 전략에 대해 루루마 오포 기술기획 이사는 11일 월스트리저널에 "우리의 전략은 바둑과도 같다. 바둑판 위에 우리의 돌을 배치하는 것에 집중하면 경쟁자가 무엇을 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제 부부가오의 이 전략은 화웨이와 샤오미가 따라가는 상황이다.
중국에는 오포와 비보 말고도 얼마전까지 스타트업의 대명사였던 샤오미를 넘어선 기업이 또 있다. '제2의 샤오미'로 불리는 러에코다. 러에코는 스마트폰, 가전, 전기차 등 다방면에서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고 있는데, 이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전기차다. 러에코가 '중국의 테슬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미국에 전기차 회사인 패러데이퓨처를 설립, 올해 초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 스포츠형 전기차를 선보였던 러에코는 이제 중국에 전기차 공장을 세운다.
11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러에코는 2조원을 투자, 2018년까지 연간 4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공장이 들어서는 곳은 저장성 항저우 인근이다. 공장 부지 부근에는 러에코가 3조3000억원을 들여 모간산 일대에 건설 중인 자동차 테마파크가 있다. 공장은 테마파크의 일부다.
모간산은 우리에게는 막간산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오나라 합려왕과 간장·막야검의 전설이 깃든 곳이다. 러에코로 인해 이제 모간산은 전기차로 유명해질 전망이다.
러에코의 자웨팅 최고경영자(CEO)는 "모간산 프로젝트는 마케팅, 전시, 차량 공유, 자동차 금융 등의 분야에서 패러데이퓨처를 포함한 러에코의 모든 전략적 파트너에게 열려 있다"며 "인터넷과 기술 발전으로 한 세기 동안 이어져 온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우리의 전략적인 협력이 인터넷 환경의 기업과 정부에 새로운 시대의 합작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호언장담처럼 러에코의 전기차는 네크워크로 연결되는 '커넥티드카'라는 특색이 있다. 러에코의 전기차는 단순한 주행기능에 만족하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각종 콘텐츠를 즐기는 공간을 추구한다. 이는 러에코가 러스왕(LeTV)이라는 동영상 스트리밍업체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2004년 설립돼 '중국의 넷플릭스'라고 불릴 정도로 중국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둔 뒤 러에코는 스마트폰, 첨단가전, 전기차 등 IT산업 전 분야로 사세를 확장했다. 시가총액이 최근 6년간 21배 넘게 급증할 정도로 폭풍성장을 이뤘다. 올해 2월 기준 러에코의 시가총액은 20조원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