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못 나가게 됐을 때 아버지가 2012년 런던 대회에 나가면 된다고 위로하시다가 2009년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경기 끝나고 하늘을 봤습니다"
한국 펜싱 사브르에서 사상 첫 올림픽 남자 개인전 메달을 따낸 김정환(33·국민체육진흥공단)은 동메달 확정되는 순간 관중석이 아닌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세리모니였다.
김정환은 1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의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경기장3에서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란의 모이타바 아베디니(32)를 15-8로 꺾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김정환은 두 번째 올림픽 무대에서 개인전 동메달이라는 귀중한 성과를 얻었다. 후배 구본길(27·국민체육진흥공단)을 16강에서 꺾고 올라온 아베디니에게 패배를 안기며 복수전에도 성공했다.
경기가 끝난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난 김정환은 가장 생각나는 사람으로 아버지를 꼽았다. 메달 확정 후 보인 세리모니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세리모니였음도 함께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메달 색에 상관없이 매 경기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지만 4강에 진출하니 욕심이 생기더라. 그 욕심이 무리수가 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김정환은 4강전에서 패한 뒤 빠르게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욕심을 버리면 메달에 가까워질 거라고 생각하고 동메달 결정전에서 연습처럼 한 것이 주효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번 동메달의 의미를 "사막의 오아시스"라고 정의했다. 그만큼 리우 대회를 준비하면서 잃은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정환은 런던 단체전 금메달보다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얻은 이번 동메달이 더 소중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