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정현 대표가 정진석 원내대표의 의견을 듣고 있다. 유창수 청년최고위원, 최연혜 최고위원, 정진석 원내대표, 이정현 당 대표, 조원진, 이장우, 강석호 최고위원.(왼쪽부터)/뉴시스
"이 순간부터 새누리당에 친박(친박근혜), 비박(비박근혜) 그리고 그 어떤 계파도 존재할 수 없음을 선언합니다." 이정현 신임 당 대표가 수락 연설에서 밝힌대로 계파 청산을 실현할 수 있을까.
친박 주류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당권을 거머쥔 이 대표가 '도로 친박당'이라는 과제을 안고 정치권에 새로운 '협치' 지형을 만들어낼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당·정·청과의 소통, 야당과의 협치 등이 집약된 추가경정예산안 해법 마련이 이 대표가 마주할 현안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10일 여·야 정치권에서는 ▲계파 청산 ▲수평적 당·청 관계 구성 ▲야권과의 협치 등이 '이정현 지도부'의 성공여부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당과 청와대, 국회에 대한 이 대표의 포지션에 정권 재창출이라는 당의 미래가 걸렸다는 얘기다.
'이정현식 협치'의 첫 시험대는 '추경 해법' 마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추경은 구조조정과 청년 실업 지원 등을 위해 정부가 마련했으며 현재 국회에서 심사가 진행 중이다. 내달 1일 집행되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하지만 여야는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을 놓고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청와대 서별관회의 청문회 등 8가지 선결 조건과 추경 용처, 의사일정 등을 놓고 격론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 여야3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만나 관련 논의를 이어갔지만 국민의당이 협의 중인 사안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다시 신경전으로 치달은 상황이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평행선을 달리는 3당 사이의 간극을 매울 지가 관건인 셈이다.
이는 향후 대야 관계의 가늠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신호다.
추경 해법 마련이 첫 시험대로 떠오른 기저에는 당직인선과 계파청산, 당청 관계 재정립 등이 선결 조건으로 거론되는데 있다. 원활한 추경 처리를 위해서는 이 단계를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
특히 당의 사무를 총괄하는 사무총괄과 대표가 지명하는 최고위원이 누가 되느냐는 관심이다. 친박이 지도부를 장악한 만큼 '친박 인사' 임명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지만 이 과정에서 비박계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4·13 총선 참패의 원인으로 거론된 '계파 갈등'이 점화될 가능성도 크다. 당직인선을 보면 신임 지도부의 계파 청산의지가 얼마만큼인지 알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추경 논의 과정에서 당청 관계 재정립에 대한 의지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야권이 추경 처리 선결 조건으로 제시한 일부 현안이 청와대와의 관련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협조할 건 협조하고 비판할 건 비판하겠다"며 수직적 당청 관계 정립을 강조했지만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가와 국민, 민생, 경제, 안보를 챙기는 게 시급하다", "대통령과 맞서는 것은 여당 소속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등 수직적 관계 설정을 바탕에 둔 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며 당 안팎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논란에 대한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박 대통령은 "사드는 최소한의 방어"라는 기조 아래 주민 설득에 나선 상황이지만, 이 대표가 모든 답을 현장에서 찾겠다고 한 만큼 다른 해법을 제시할지 이목이 쏠린다.
신임 지도부가 당과 국회, 청와대와의 관계 설정에 실패, 원활한 추경 처리에 실패한다면 9월 정기국회와 내년도 예산 처리를 위한 논의 역시 삐걱댈 가능성이 크다. 3주간 행보에 정권 재창출을 위한 1년 6개월의 국정 운명이 걸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