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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교육

이대 사태로 돌아본 한국사회의 슬픈 자화상…마스크 뒤에 가려진 키워드는 혐오와 신상털기



지난 1일 오후 5시 이화여대 ECC관 이삼봉홀, 수십명의 여학생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적은 종이를 들고 조용히 입장했다. 최경희 총장과의 대화를 요구하는 내용이다. 그리고는 최 총장의 긴급기자회견 모습을 침묵 속에서 지켜봤다. 덕분에 기자회견은 막힘 없이 이어졌다. 학생들은 고함도, 구호도, 어떤 방해도 없었다.

하지만 최 총장이 "(총장과의 대화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농성 중에)학교에 있었다. 저렇게 (학생들이)검은 모자, 선글라스, 마스크를 쓰고 제 차량을 따라다니며 추적해 피해 있었다. 이 시대에 있어서는 안되는 행동이다"라고 말했을 때 학생들의 침묵이 깨졌다. "거짓말 하지 마세요"라는 고함이 터져 나왔다.

학생들은 깊이 눌러 쓴 모자와 마스크 차림이었다. 실내지만 선글라스를 착용한 학생도 있었다. 최 총장은 이번 사태에서 학생들의 이같은 모습에 가장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는 "(학생들이)생전 못 본 모습으로 농성을 벌인다"며 "과연 우리학교 학생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 말을 반복할 때마다 그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이번 이화여대 사태에서 학생들의 차림에 충격을 받은 기성세대는 최 총장만이 아니다. 과거 70~80년대 학생운동을 경험했던 세대들은 "떳떳한 주장이라면 왜 검은 모자와 마스크, 선글라스를 쓰느냐"며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일부는 "이런 모습 때문에 학생들의 주장이 순수한 것인지 의심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20~30대 젊은 세대들의 감수성은 또 달랐다. 당장 당시 기자회견장의 젊은 기자들은 "마스크 등은 취재진의 촬영 때문"이라고 했다. 얼굴이 드러나 신원이 알려지는 걸 막기 위해 학생들로서는 불가피하다는 변호였다. "(기자들이) 촬영을 하니 무서웠을 것"이라는 변호도 있었다. 또 본관에서 농성 중이다 7월 30일 경찰진압에 다쳐 병원에 실려간 학생들이 이대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을 고집한 것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해 주는 기자도 있었다. "이대병원에 가면 등록과정에서 학생의 신상이 드러나는 걸 염려했다"는 것이다.

사정을 이해한 듯 최 총장의 목소리는 기자회견 마지막 순간 무척 낮아졌다. 최 총장은 "저도 많이 당황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해서 목소리도 올라가고 했으나 결국 우리 학생"이라며 "최선을 다해서 사태를 수습하겠다"고 했다.

소셜미디어 전성기를 맞아 이른바 '신상털이'(특정인의 신상 관련 자료를 인터넷 검색을 이용하여 찾아내어 다시 인터넷에 무차별 공개하는 사이버 테러의 일종)는 우리 시대의 공포가 됐다. 일베나 메갈리아 같은 혐오 온라인 커뮤니티가 실제 세상으로 뛰쳐나온 상황에서 신상털이에 대한 공포는 개인 행위의 합법성이나 도덕성을 따지지 않는다. 자신과 다른 주장이면 공격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불과 두달여전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이 나자 20~30대 여성들은 추모행사를 주도해 열었다. 희생자를 위로하자는 명분을 가진 행사였지만 여성 참석자들은 모자, 마스크,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려야 했다. 혐오 커뮤니티 회원들에 의한 신상털이를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당시의 기억이 생생한 이화여대 학생들의 선택도 같았다. 이번 사태에서 모자, 마스크,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이화여대 학생들의 모습은 우리 시대의 어두운 현실을 상징하는 '슬픈 자화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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